가장 충격을 받은 건 LG 선수들이다. 경기 전 감독이 더그아웃에도 나오지 않아 어느 정도는 예감했던 일. 하지만 심적으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선수단은 “할말이 없다. 죄송할 뿐이다”고 입을 모았다.
LG 선수들만 충격을 받은 건 아니었다. 타팀의 감독들과 선수단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 진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특히 타팀 선수들이 이번 일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 의외였다. 2년 여간의 짧은 감독 생활이지만 그것이 ‘지도자 김기태’의 존재감을 말해주고 있었다.
LG는 최근 타팀 선수들이 오고싶어 하는 팀 중 하나로 꼽혔다. 이유는 간단했다. “김기태 감독님과 한 번 야구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 지난 해 FA로 LG에 온 정현욱이 대표적이다. 타팀의 더 강한 러브콜도 있었지만 그의 선택은 LG였다. 이유는 분명했다. 당시 그는 “김기태 감독님의 전화를 받고 왔다”고 했다.
그 중에는 김기태 감독과 선수 시절을 한 팀에서 함께 한 선수들도 있고, 아닌 선수들도 있다. 김 감독을 잘 알던 선수들이 김 감독을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건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진다.
김 감독을 잘 모르는 선수들조차 김 감독을 좋아했다. 선수들은 선수들에겐 솔직한 법. LG 선수들의 입을 타고 김 감독의 카리스마와 리더십, 그리고 선수단에 대한 배려심이 전해졌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타팀 선수들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날 승리한 팀의 선수도, 패배한 팀의 선수도 모두 김기태 감독의 이야기 뿐이었다.
“말도 안된다. LG 선수들 못지 않게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충격적인 일이다”, “좋은 감독님인데 이렇게 물러나시게 돼서 정말 안타깝다”는 반응들이었다. “어떻게 된거냐”며 자초지종을 궁금해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또 다른 선수는 “우리 팀에 코치로 오시긴 힘들까?”라고 묻기도 했다. 모두 한결같이 “좋은 감독님이신데…”라고 입을 모았다.
형님 리더십. LG 선수들뿐만 아니라 타팀 선수들도 김 감독을 유독 잘 따랐다. 잠실구장 원정 더그아웃을 지나갈 때도 김기태 감독은 하나같이 자상했다. 적이 아닌 후배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도자 김기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