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29일 끝난 LPGA팀과 KLPGA팀의 골프대항전인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는 LPGA팀의 초대 대회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LPGA팀 선수들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승리를 만끽했고, KLPGA팀은 비록 홈코스에서 패했지만 침통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은 양팀 선수들의 덕담으로 훈훈한 분위기였다. LPGA팀 주장인 박인비는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에 놀랐다”며 칭찬했고, KLPGA팀 김보경 주장은 “실력 차이를 여실히 느꼈다. LPGA팀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유쾌한 분위기는 잠시.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백규정의 인터뷰 때문에 기뻐해야 할 LPGA팀은 눈물바다로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올 시즌 부진했던 이유’를 묻자 백규정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1년을 보냈다”며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이미림이 따라 울었고, 다른 동료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유소연은 “규정이의 고생과 심정을 우리 모두 잘 알기에 눈물을 보인 것”이라며 후배를 위로했다.
대회가 하루 지난 달 30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백규정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물었다. 응어리를 털어내서인지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그는 “올해는 내 골프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해였다.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질문을 받으면서 고생했던 1년이 다시 떠올랐고, 눈물이 절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백규정은 체력과 의사소통, 그리고 코스 적응을 부진의 이유라고 했다. 그는 “비행기 멀미를 심하게 하는 편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장거리 비행을 하다 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1시간 이상 비행을 하면 머리가 아프고 밥도 잘 먹지 못한다. 어떻게 쳤는지 기억나지 않는 대회도 많다”고 그간의 고통을 토로했다.
이어 “1년을 버티면서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처음에는 구토도 심했는데 요즘은 없어졌다. 비행기 멀미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계속 경험하다 보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도 컸다고 했다. 백규정은 “내가 영어를 잘 못하는 아시아권 선수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외국 선수들이 일부러 쉬운 단어를 많이 써서 배려를 해줬다. 눈치가 빠른 편이라 대강은 알아듣지만 계속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친해질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언니들이 많은 도움을 줬지만 이제는 스스로 극복해야 할 때가 됐다. 다음 시즌까지 남은 두 달 동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이다”고 계획을 전했다.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잔디였다. 잔디 종류가 2~3개에 불과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회가 열리는 지역의 기후에 맞추다보니 잔디 종류가 제각각이다.
2016시즌 목표는 첫 우승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백규정은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싶다. 지금은 뭐가 좋을지는 잘 모르지만 세계 1위 선수의 캐디빕(골프대회에서 캐디가 입는 옷)은 다른 선수와 다르더라. (박)인비 언니 보면서 솔직히 많이 부러웠다. 하루빨리 그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