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은 왜 스스로에게 그리 혹독할까

  • 등록 2015-07-21 오전 10:19:48

    수정 2015-07-21 오전 10:44:25

이승엽.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이종범 현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 2012년 은퇴를 결심한 뒤 한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 좋은 마무리를 해 주길 바라는 후배 한 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위원이 전화를 건 선수는 이승엽(삼성)이었다.

이 위원은 전화를 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나마 나는 수비와 주루가 있었다. 팀이 필요하다면 대주자나 대수비로라도 나갈 각오가 돼 있었고, 대주자와 대수비라도 나가려 했기 때문에 좀 더 야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승엽이는 나와는 또 다르다. (수비 부담이 덜한)1루수인 승엽이에겐 홈런 하나만 남을 수 있다. 나 보다 못한 선수라는 것이 아니라 힘이 떨어지면 그만큼 빨리 결단을 내릴 시간이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보다는 좋은 시기에 더 멋지게 은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화를 받은 이승엽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는 “걱정해 주시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쉽게 그만두진 않을 것이다. 떳떳하게 버틸 수 있도록 죽을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범 위원이 걱정했던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이승엽은 점차 수비로 나가는 시간이 줄었다. 주전 1루수인 채태인이 부상을 당해도 그 보다는 후배에게 먼저 수비 기회가 돌아갔다. 언젠가부터 이승엽은 지명타자로 자리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흔들림이 없었다. 1루수로 나갈 때 보다 더 좋은 타격으로 당당하게 살아남고 있다. 물론 2013시즌에는 13개의 홈런과 2할5푼3리의 타율로 주춤하기도 했다.

이후 타격 폼을 바꾼 이승엽은 다시 30홈런 100타점 타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의 올 시즌 전반기 성적은 타율 3할2푼3리 15 홈런 57타점. 삼성 내에서 타격으로 그를 앞설 선수가 아직 나오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자리를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자신의 성적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보다 장타가 많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있다.

이승엽은 “장타가 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안타를 치는 것도 당연히 좋지만 장타 비율이 조금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전반기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매긴 점수가 “60점”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이승엽은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마흔살에 수비와 주루가 더해지며 잘 버티는 선수는 제법 있었지만 홈런을 포함한 장타력만으로 자기 자리를 지켜낸 선수는 없었다. 적어도 이승엽이 나타나기 전 까지는 그랬다.

이승엽은 “솔직히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목표가 있다. 팀의 5연패에 힘이 돼야 한다. 지명타자로서 내가 할 일을 꼭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제 후반기가 시작됐다. 이승엽의 활약은 삼성의 5연패에 빼 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가 어느 정도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60점 정도면 충분하리라는 것 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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