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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 대한 마음 역시 그렇다. 진지하고 또 특별하다. 홈런을 때려낸 후 아대를 선물하는 장면은 그만의 특별 세리머니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동안 주목해보지 않았던 하나의 장면 더.
어느 삼성 코치의 귀띔이 있었다. “경기 끝나고 석민이 좀 유심히 보세요.”
이미 승부가 끝난 뒤에 선수들의 행동은 크게 의식하는 사람들이 없다. 경기 후 정리를 위해 모두들 분주히 움직이는 시간이다. 이 코치가 보길 원한 건 경기 후 박석민이 인사를 하는 장면이었다.
“매번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지든 이기든 상관없다. 가벼운 목례를 하고 끝나는 게 보통인데 석민이는 허리를 숙여서까지 인사를 하고 들어간다. 그렇게 정중할 수가 없더라. 코치인 나도 감동받을 정도인데….”
인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 예절의 기본 중 기본이다. 더더군다나 자신을 보러 비용을 지불하고 경기장을 와 준 팬들에게 예의를 지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기본을 지키지 못해 팬들의 비난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팬들에 대한 인사가 팬서비스가 아닌 당연한 일이자 예의라 말하는 박석민. 그는 “특히 나 때문에 진 날은 절을 하고 싶은 기분”이라며 웃었다.
90도 인사를 하게 된 건 사실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라는 것이 박석민의 이야기다. 그는 “한 번은 나 때문에 진 경기가 있었는데 그때 팬들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에 더 정중하게 인사를 했는데 그 이후 계속 그렇게 인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초등학교 감독, 코치에게 야구는 물론이고 예의범절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고도 했다. “야구를 잘하고 못하고는 개개인의 실력차지만 예의, 예절엔 개개인의 능력차는 없다고 하셨다”는 당시 코치의 이야기를 프로에 들어와 최고가 되기까지 잊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해 보지 않는 선수들의 끝 인사. 그의 폴더인사는 팬들에 대한 예의의자 고마움, 미안함의 표현이었다. 박석민은 그라운드에 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게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