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는 흥행과 상관없이 작품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영애는 25일 서울 오후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설호텔에서 영화 ‘나를 찾아줘’로 인터뷰를 하면서 “배우 이영애를 되찾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며 걸려온 전화에 혼자 아이를 찾아 나선 여인의 이야기다. 이영애가 아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정연을 연기했다. ‘나를 찾아줘’는 언론에 첫 공개된 뒤 “역시 이영애”라는 호평을 들으며 ‘배우 이영애’의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긴 공백이 배우에게 치명적일 수 있을 텐데 이영애는 이를 극복했다.
“20~30대에는 나를 위해서 일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일한 이유가 언젠가 (결혼 등으로) 한동안 일을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시 배우로서 제 일을 찾은 것에 감사하고 그 전보다 제 일에 대한 소중함, 감사함을 느낀다.”
영화 속 이영애의 생기 없는 얼굴은 ‘산소 같은 여자’로 대표되는 CF 이미지와 딴판이다. 이 영화에서 유재명과 몸싸움도 불사한다. ‘친절한 금자씨’ 못지않은 파격적인 모습들을 선사하는 캐릭터다. 그러고 보면 이영애는 스크린에서 꽤 파격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봄날은 간다’(2001)에서 “라면 먹고 갈래”라며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먼저 대시하는 꽤 도발적인 여성이었고, ‘천절한 금자씨’(2005)에서 억울한 누명을 씌운 이들에게 잔혹하게 복수하는 그야말로 걸크러시 여성이었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대사가 여전히 회자될 만큼 당시의 연기는 강렬했다.
‘나를 찾아줘’는 엄마가 된 이영애가 선택한 첫 작품이다. 이영애는 긴 공백기 동안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를 얻었다. ‘나를 찾아줘’가 실종아동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이영애의 이번 작품 선택에 관심이 쏠렸다.
“가정에 푹 빠져서 지내다 보니 저 스스로는 1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 작품의 제안을 받았는데 엄마가 된 뒤 감성의 폭이 더 커져서 그런지 크게 와닿는 게 있었다. 사회의 불합리한 부분들에 대한 경종을 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이 작품에 참여하고 나서 가정과 아이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전보다 더 아이들을 챙긴다. 한 번이라도 더 쳐다 보고 아이들에게 틈틈이 ‘엄마 전화번호 외워 보라’고 주문도 한다.”
어찌보면 이영애 컴백의 일등공신은 남편 정호영씨다. 이영애는 ‘아빠찬스’를 많이 썼다며 남편에게 고마워했다. “남편이 저를 대신해 재워주고 놀아주고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 이 작품도 남편과 함께 상의해서 선택했고, 남편이 영화를 위해서 스태프 회식도 해주고 선물도 해줬다. 이 자리를 빌려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야 또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아빠찬스’라며 가볍게 농을 하는 이영애에게서 결혼 전에 보지 못한 여유와 소탈함이 느껴졌다.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가 박소담의 사인을 받아오지 못했다고 서운해하는 어린 딸에게 “엄마가 이영애야”라고 말했던 일화를 들려주는가 하면, ‘겨울왕국’ 1편 개봉 때 엘사 닮은 배우로 기사가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한 번 더 써 달라”며 “더빙도 할 수 있다”는 말로 인터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갔다.
“저희 영화를 보시면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영화에 힘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가져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