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스포츠의 힘④] FC 오산 즐기는 것에 '골인'

FC오산 성공 스토리
학업과 축구 병행
수업 모두 마치고 집합시간 오후 5시
공부 담싼 아이들 "이래도 돼요" 어색
즐기니 결과도 따라와
평일 친구 사귀고 주말 실전 감각 키워
올해 중등축구리그 경기남부 2위 쾌거
  • 등록 2016-06-28 오전 10:04:10

    수정 2016-06-28 오전 10:44:30

FC 오산 훈련 모습(사진=FC 오산)
[오산=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우리나라 아이들도 축구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정석(39) FC 오산 대표가 클럽팀 운영을 시작한 이유다.

박정석(39) FC 오산 대표는 클럽축구식 운영이 한국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결과로 증명해 축구계에 화제를 낳고 있다. 2014년 한국중등축구연맹전 U-15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2016 중등축구리그 경기 남부 지역에서도 올 시즌 경기매탄중(수원 삼성 산하)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26일 수원 영흥공원에서 열린 전국 중등 축구 주말리그 왕중왕 확정전에선 수원 수성 중학교를 2-1로 꺾었다.

처음엔 의심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즐기는 축구에 빠져들었다. 초등학교에서 학교팀 소속으로 뛰다 FC 오산 U-15로 옮겨 활약 중인 김동근(15)은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정말 행복하다. 학교에서 친구도 사귀고 삶이 더 행복해졌다”라며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도 늘었다. 축구가 재밌다”고 말했다.

FC 오산의 성과는 박정석 대표가 축구 인생에서 얻은 교훈 덕분이다. 박 대표는 “독일은 리그가 10단계 이상으로 나뉘어 프로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아마추어 선수생활이 가능했다”며 “변호사, 의사를 준비하는 학생도 낮에는 본업에 충실하고 저녁에는 축구를 즐겼다. 그런 축구를 원했다”고 강조했다.

박정석 대표는 1996년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고 데뷔, 독일 3부리그, 루마니아 2부리그 부쿠레슈티 FC를 거쳐 FC 서울에서 뛰다 2008년 은퇴했다.

떠돌이 생활은 힘들었다. 박 대표는 축구공을 멀리하고 친형을 도와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축구계로 돌아올 운명이었다. 오산시에 스포츠센터가 건립되면서 축구 교실이 필요했는데, 그 요청이 박 대표에게 들어왔다. 그는 유럽 축구 문화를 한국 접목하기로 마음먹었다. 쌓은 경험을 토대로 클럽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클럽팀은 학교에 소속되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된다. 학원 개념이다.

축구를 그만둔 후 느낀 공허함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축구를 그만두고 어떤 일을 할지 막막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경우 친형의 도움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았지만, 모두가 그렇진 못했다. 나쁜 길로 빠진 친구도 여럿 봤다. “육성 시스템 전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축구를 위해 살고, 축구만 하던 아이들이 사회에 던져질 때 무얼 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만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게 참기 어려웠다.”

이를 위해 학업과 축구의 병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출발은 순탄하지 못했다. 축구만 하던 아이들이 되려 어색해했다. “정말 이래도 돼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인프라도 열악했다. 학교 축구팀과는 다르게 연습공간 확보부터 문제였다. 박 대표는 “아이들 수업이 끝나고 연습장에 집합하는 시간이 오후 5시다. 오후 6시 30분부턴 인조잔디가 있는 주변 연습장은 모두 조기축구회 차지다”라며 “한창 더운 시간에 학교 수업이 끝나고 쉴 시간 없이 옷을 갈아입고 축구를 하려니 아이들이 체력적으로도 힘들어한다. 지자체의 뚜렷한 지원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시작해보니 훈련은 주말 리그, 방학 전지훈련으로도 충분했다. 실력을 검증받은 코치들을 영입해 훈련 집중력을 높였다. 박 대표는 “독일 아이들의 훈련 패턴을 보면 우리와 비슷하다. 어린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연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코치들이 짧은 시간 기술을 중점으로 가르쳤고, 주말리그 경기만으로도 실전감각은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FC 오산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매달 1000만원씩 사재를 들여하는 팀을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스폰서를 얻으려면 대기업 후원을 등에 업은 프로축구팀 산하 아마추어팀들을 넘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지자체의 관심도 절실하다. 박 대표는 “하루에도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수 십 번한다”면서도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뛰는 아이들을 보면 잠시 마음을 접는다. 힘 닿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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