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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곤잘레스(39)와 함께 스페인 축구 레전드로 꼽히는 페르난도 모리엔테스(40)는 자신이 뛰었던 레알 마드리드 축구캠프 홍보차 한국을 찾았다. 한국 축구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 위해 방한 공식 인터뷰 후 스페인 대사관에서 그를 만났다.
모리엔테스는 한국 학원 스포츠 시스템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결과에 치중하는 교육 방법은 잘못됐다. 유년기에 축구를 즐기지 못하면 과연 어느 누가 커서도 축구 선수를 하고 싶어 할까. 경쟁에 관한 의식을 가르쳐 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즐기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근본적으로 교육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갖은 노력에도 한국 학원 스포츠는 제자리걸음이다. 2011년부터 최저학력제(교과별 평균 성적과 비교해 ‘초등학교 50%, 중학교 40%, 고등학교 30%’ 이하의 성적이면 대회 출전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됐고 일부 종목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말리그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학기 중에도 합숙 훈련이 성행하며, 축구 선수를 그만두면 제2의 인생을 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축구 강국 스페인에선 체육특기생 개념 자체가 없다. 2013-2014 스페인 UE코르네야 후베닐 D팀(U-16) 코치를 지낸 조세민 솔뫼 스포츠 교육운영팀장의 저서 ‘그들은 왜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가’에 따르면 축구 활동은 학교와 연관이 없는 클럽팀에서 이뤄진다.
어른들의 의식도 다르다. 스페인의 부모들은 굳이 아이들을 축구 선수로 길러 내려 하지 않는다. 가능성이 희박한 걸 알고 있기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 대학 진학이 아닌 협동심 그리고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한다.
중학교 진학 후 소질이 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진로를 고민하고 축구는 취미로 남게 된다. 교육을 병행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반면 소질이 있는 선수는 계속해서 축구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모리엔테스는 “레알 마드리드 또는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들어와 그때부턴 자연스럽게 경쟁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축구를 즐겼다. 즐겼기에 내가 20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이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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