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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전이 좀 안되는 지난해 11월20일,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대호가 했던 말이다. 이 답에 대한 질문은 “혹시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을 제안 받더라도 수용하시겠습니까”였다.
대답을 들으며 처음 든 생각은 “아, 조건이 좋지 않으면 가지 않을 수도 있구나”였다.
메이저리그로 가겠다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에게 그리 녹록치 않을 수 있었다. 나이와 주력 등 핸디캡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가 메이저리그를 포기하면 누릴 수 있는 것은 너무도 컸다. 보장 금액만 5억엔(약 50억원) 이상의 연봉과 장기계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 소속팀 소프트뱅크는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뒤에도 “끝까지 기다리겠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정말 도전을 택했다.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서는 메이저리그용이 아니라 마이너리그 용이었다. 최대 400만 달러(약 48억원)을 받는 계약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메이저리그에 올라가 성공을 거뒀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정확한 이대호의 현재 위치는 스프링캠프서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들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늦깎이 신인에 불과하다. 그의 나이는 우리 나이로 벌써 서른 다섯이다.
다시 시계를 석달 전으로 돌려보자. 이대호는 분명 스플릿 계약에 대해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대호의 말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그는 지금도 마이너리거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쟁에서 이길 자신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어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서 팀에서의 주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충분히 그 목표를 이루어 낼 수 있다”며 “수준 높은 경쟁을 통해 팀에 보탬이 되도록 내 능력을 발휘할 생각이다. 기회를 준 시애틀 구단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마이너리그 계약서를 내민 구단에 감사하다는 말 속엔 ‘그 정도면 충분히 내가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 있다. 이제 진짜 도전자의 입장에 서게 된 이대호. 석달 전의 굳은 각오가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계약을 통해 보여줬다. 이젠 실력으로만 입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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