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구봉서, 고단한 서민 위로한 '희극계 대부'

1970~80년대 대표 코미디언
'웃으면 복이 와요'서 배삼룡과 콤비
  • 등록 2016-08-28 오후 4:24:24

    수정 2016-08-28 오후 6:09:50

구봉서(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배고프고 힘든 시절, 국민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었으니 저는 분명 행복한 사람입니다.”(2012년, 네이버 캐스트 인터뷰中)

27일 세상을 떠난 고(故) 구봉서는 힘겨운 시절을 웃음으로 견디게 해준 ‘희망’이었다. 풍자와 해학이 담긴 웃음이 서민들의 삶을 위로했다.

향년 90세인 고인은 평양 출신으로, 1945년 태평양악극단 악사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라디오와 TV에서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다. 1969년 시작해 약 16년 간 방송된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가 대표작이다. 동갑내기 배삼룡과 명콤비로 활약한 것도 이 프로그램이다. 희극 작가가 없던 시절 그는 손수 대본을 썼다.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로 시작하는 유행어도 그의 솜씨다. 또 다른 콤비 곽규석과는 1970년대 중반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는 라면 CF로 화제가 됐다.

영화 400여 편에 출연한 영화배우이기도 했다. 1956년 ‘애정파도’로 영화계에 데뷔해 ‘굳세어라 금순아’(1962) ‘맹진사댁 경사’(1962)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수학여행’(1969)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4형제 중 막내 역을 맡은 ‘오부자’(1958)가 인기를 끌며 ‘막둥이’란 별명을 얻었다.

고인의 웃음엔 철학이 있었다. 삶을 꿰뚫는 통찰력을 웃음에 담으려 했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코미디는 그냥 웃고 마는 게 아니다.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며 “찰리 채플린처럼 웃음의 이면에 슬픔이 묻어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연예예술발전상,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의 별세에 코미디계는 슬픔에 잠겼다. 엄용수 코미디협회장은 “한국 코미디 발전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시고 평소 후배 사랑이 각별하셨던 구봉서 선생님이 서거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제 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집행위원장 전유성은 “우리가 힘들고 어렵고 못 살고 추웠던 시절에 서민들이 웃을 수 있었던 건 코미디 덕분”이라며 “대 선배님들이 한 분 한 분 가실 때 마다 굉장히 큰 기둥을 잃은 것 같아서 마음이 굉장히 힘들다”며 애도했다. 26일부터 부산코미디페스티벌 공연을 위해 부산에 머물고 있는 코미디언들은 검은 리본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은 부인 정계순 씨와 네 아들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오전 6시,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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