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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즌의 성과를 가리게 되는 중요한 경기. 만회 할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 단기전이 주는 압박감은 말로 표현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그 누구도 “떨린다”고 말하지 않는다. 정말일까?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특유의 시크한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했다. “좀 전에 박민우(NC)에게 물어봤다. 역시나 “안 떨립니다”라고 하더라. 근데 1차전서 그 공 왜 쳤느냐고 물으니 “저도 모르게 방망이가 나갔습니다”라고 했다. 그게 떨린다는 거다. 속으로 계속 안 떨린다고 주문을 외우지만 자기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는 것, 그것이 포스트시즌이 주는 중압감“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많다. 2011년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9회말 끝내기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지만 결국 범타로 그친 손용석도 같은 말을 했다. “긴장은 안했습니다. 근데 왜 그 공에 방망이가 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그 해 플레이오프가 가을 야구 첫 경험이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야구 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그의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타격은 두려움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투수가 던진 공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극복하며 이뤄지는 행위라는 의미다.
다만 누구도 그 공포에 대해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처음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러면 안된다”고 교육 받은 탓이다. 말 하지 않을 뿐 모든 타자들이 그 두려움과 매 타석 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트시즌은 더 큰 두려움과의 싸움이다. 젊고 경험이 없는 선수들에게 가을 야구는 엄청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아니라고 계속 자기 부정을 하지만 그 중압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준플레이오프 1,2차전 모두 1번 타자로 2년차 박민우를 기용하고 있는 김경문 NC 감독의 용병술은 확실히 눈길을 끈다.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이 진하게 묻어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까지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과연 김 감독은 끝까지 ‘1번 박민우’를 밀어 붙일 수 있을까. 박민우는 부담을 이겨낼 수 있을까. 남은 준PO 시리즈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