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최민식 "캐릭터 약해? 악기가 다른 것"(인터뷰)

'신세계' 출연, 박훈정 감독 살리기
강 과장은 목표에 중독된 사람
  • 등록 2013-02-20 오후 2:02:28

    수정 2013-02-20 오후 2:04:28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최민식(50)을 ‘신세계’로 이끈 건 박훈정이었다. 박훈정은 이 영화의 감독이자 각본가다. ‘악마를 보았다’(2010)와 ‘부당거래’(2010)의 시나리오를 쓰고 ‘혈투’(2011)로 감독 데뷔했다. 최민식과는 ‘악마를 보았다’에서 주연배우와 시나리오 작가로 연을 맺었다.

“재능이 아깝잖아요. ‘혈투’가 잘 안 됐지만 타고난 이야기꾼인데 말이어요. 본인이 글만 쓰겠다 하면 모르겠는데 영화를 하겠다고 하고. 그렇다면 한 번은 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봤어요. 환경이 바뀌면 결과도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십자가를 짊어졌다. 스크린쿼터 투쟁의 중심에 섰다가 영화판 외곽으로 밀려났던 때와 같으면서도 다른 십사자다. 이번에는 될성부른 후배 영화인을 위해 가시밭길을 자처했다.

박 감독의 무엇이 ‘연기의 신(神)’ 최민식의 마음을 흔들었을까. 그는 창작자로서의 근성을 첫 손에 꼽았다.

“신인 작가 시절에도 감독, 제작사 대표가 자기 시나리오를 마음대로 고치면 난리가 났어요. ‘악마를 보았다’ 각색 전 시나리오 제목이 ‘아열대의 밤’이었는데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었죠. 글에 군더더기가 없어요. 그 한 편으로 그 친구의 재능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또 굉장한 속필이에요. 일주일 만에 한 작품을 뚝딱 써내기도 하고. 한마디로 타협을 모르는 천재죠.”

‘신세계’는 정통 누아르 영화다. 세 남자가 등장한다. 깡패와 경찰, 그리고 그 두 사람 사이를 오가는 첩자. 그 삼각 축을 황정민, 최민식, 이정재가 맡았다. 최민식이 연기한 강 과장은 목표에 중독된 사람이다. 자신의 부하를 장기판의 말처럼 취급한다. 그런 점에선 경찰이지만 범죄조직의 중간보스 ‘정청’(황정민 분)보다 더 악독해 보인다.

최민식은 가장 먼저 ‘신세계’에 합류했다. 투자에 어려움을 겪으며 촬영이 지연될 때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너 나하고 일 하나같이 하자.” 극 중 잠입경찰 자성 역에 이정재를 섭외한 사람도 최민식이었다.

그만큼 영화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작품 속에서의 그는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림으로 치면 바탕색이다. 힘을 뺐다. 비중도 적다. 여러 발 물려 섰다. 하지만 최민식은 “그렇다고 제가 자성을 할 순 없잖아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껄껄 웃어 보였다.

“박 감독이 대본을 보여주며 물었어요. 정청할래요, 강 과장할래요. 둘 다 매력적인데 제가 (잔인한 조폭) 정청을 했다면 아마도 ‘악마를 보았다’와 이미지가 겹쳐 보였을 거예요. 액션도 없고 강 과장 하겠다고 했죠. 작품을 위해서도 그게 맞고요. 폼나는 자성은 애초부터 열외였습니다.”

최민식은 양아치, 살인마, 깡패 등 스크린에서 주로 독한 모습을 보여왔다. ‘악마를 보았다’로 핏빛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사람은 무언가에 중독되면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마련이다. 뒤에 숨어 판을 짜는 강 과장 역할이 답답하진 않았을까. 그는 오히려 새로웠다고 말했다.

“평소 록 음악을 좋아한다고 계속 방방 뜨며 고함을 질러대면 그게 과연 재밌을까요? 이전 캐릭터가 크라잉넛의 ‘말달리자’ 였다면 이번 ‘신세계’의 강 과장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예요. 캐릭터가 세지 않다고 그 연기가 가벼운 건 아니죠. 말하자면 연주하는 악기가 다르달까요? 그 나름의 맛이 있어요. 저는 그 다름을 즐길 뿐이고요.”

최민식은 벌써 다음 작품 촬영에 들어갔다. ‘최종병기 활’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맡은 사극 액션 ‘명량, 회오리바다’에서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았다. 최민식은 “내가 표현하고자 건 ‘영웅 이순신’이 아니다”라며 “왕의 명령을 거역하면서까지 바다를 지키고자 했던 ‘인간 이순신’. 외로움과 죄책감, 책임감 등으로 끙끙 앓는 장군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선 지천명(知天命)의 관록이 느껴졌다. 머리에 더해진 서리, 깊어진 주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화 ‘신세계’에서 강 과장이 그러하듯 정중동의 카리스마가, ‘필생즉사 사필즉생(必生卽死 死必卽生)’의 각오가 엿보였다. 버리고 더 단단해졌다.

(사진=김정욱 기자)

영화 ‘신세계’에서 열연한 배우 최민식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 관련기사 ◀
☞ 이정재, '모래시계' 얘기에 뜨끔.."내 나이가 벌써"
☞ 황정민, "'신세계' 나 때문에 청불가"
☞ [포토]최민식-이정재-황정민 `카리스마 대결`
☞ [포토]황정민 `21일 개봉입니다`
☞ 보그 측, 이정재 '아웃팅' 논란에 "오해 있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