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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은 2개 뿐이었지만 과감한 볼배합을 통해 맞춰 잡는 투구를 한 것이 적중했다.
오재영은 무려 10년만에 포스트시즌 경기서 승리 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팀과 개인 모두에게 의미가 큰 1승이었다.
그만큼 고마운 사람들도 많았을 터. 오재영으 동료. 선. 후배, 감독 및 코칭스태프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런데 이 중 흥미로운 감사 표시가 있었다. 심재학 외야 수비 코치에게 건넨 인사다. “코치님 덕분에 좀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었습니다.”
투수 코치가 아닌 외야 수비 코치에게 투수가 고마움을 표시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오재영이 심 코치에게 고마워한 것은 이날 경기서 외야 시프트의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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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넥센은 외야 수비에서 약점을 안고 있었다. 선발 좌익수로 로티노가 나섰기 때문이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지만 늘 햄스트링 부상을 달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이동 폭이 좁다. 넓은 잠실 구장으로 옮겨 치러진 경기인 만큼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넥센에서 가장 바빴던 코치가 바로 외야 수비 코치 심재학이었던 이유다. 넓은 공간+로티노 선발이라는 이중고를 뚫기 위해 이리 저리 야수들을 옮기느라 진땀을 뺐다. 오재영이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이유다.
오재영은 “특히 1-0이 된 뒤 맞은 2회 첫 타자 이병규나, 5-1이던 6회 2사 1루서 스나이더의 타구는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우리 야수들이 서 있었다. 그게 빠졌다면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었는데 그럴 때 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든든했다”고 말했다.
오재영이 꼽은 상황에서 아웃 대신 안타가 됐다면 경기 흐름은 또 달라졌을 것이다. 보기엔 편하고 아무렇지 않게 잡은 듯 했지만 맞은 투수는 등골이 서늘했던 타구들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야구는 아무렇지 않은 하나의 플레이를 위해 수 없이 많은 머리 싸움과 준비가 필요하다.
반면 LG는 5회 2루타를 잇달아 허용하며 4실점,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리오단의 구위 탓도 있었지만 수비 위치가 달랐다면 단타로 막을 수 있는 타구들이 제법 있었다. 2루타가 단타가 됐다면...이란 아쉬움이 경기 내내 지워지지 않았다.
자, 이제 4차전이다. LG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아직은 어느 팀이 유리하다 단언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 가지 있다. 이 넓은 잠실벌의 외야를 지배하는 팀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