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배우A 사건` 공대위 “항소심 유죄판결 환영…성폭력 근절 위해 활동 지속”(전문)

  • 등록 2017-10-24 오후 12:04:24

    수정 2017-10-24 오후 12:07:56

‘남배우A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남배우A 사건’의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항소심 유죄 판결을 반겼다.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여성영화인모임 등 12개 단체로 이뤄진 공동대책위원회의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판결 환영 기자회견 기자회견이 열렸다.

남배우A는 조덕제다. 조덕제는 지난 2015년 영화 촬영 중 사전에 합의 없이 상대 여배우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을 했다며 피소됐다. 1심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선고돼 상고를 했다. 이후 조덕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장면의 연기는) 감독과 사전에 합의된 것”이라며 “바지 안에 손을 넣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공대위는 “피고인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이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해야 한다”며 “언론 또한 이런 가해자의 주장을 거르지 않고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보내며 2차 피해를 확산하고 있다”고 자중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남배우A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계기가 돼 영화를 위해선 뭐든 용인될 수 있다는 이러한 생각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돼온 폭력은 중단돼야 할 것”이라며 “향후에도 남배우A 사건 공동대책위 참여 단체들은 남배우A 사건에 그치지 않고 영화계 내 성폭력 사건이 사라지고 성평등한 현장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다음은 공대위 기자회견문 전문

2016년 12월2일 본 사건의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마음에 상황을 다소 과장해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의 행위를 “배역에 몰입해 연기”한 것이고 이는 “업무상 행위”임으로 “강제추행”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불합리하거나 모순된 점이 없음”을 확인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며 2017년 10월13일 원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했습니다. 피고인에게 강제추행 및 무고로 징역 1년(집행유예2년, 수강명령 40시간, 신상정보등록)의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영화촬영 과정에서의 성폭력 사안에 대한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본 사건에 대해 “피고인은 이 사건의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연기행위를 벗어나 피해자와 아무런 합의도 없이 연기를 빌미로 피해자와 상체와 하체를 만지는 강제추행 범행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양형 이유에서 “이 사건 영화와 같이 신체의 일부 노출과 성행위가 표현되는 영화 촬영과정이라고 하더라도 연기를 하는 행위와 연기를 빌미로 강제추행 등의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며 피고인의 주장대로 감독의 지시로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상대 배우의 승낙이 없었던 부분은 연기로 볼 수 없다”며 배역에 몰입한 연기가 아니라 “연기를 빌미로 한 범죄행위”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사전 합의 속에서 영화 촬영이 이뤄지는 것이 상식이며 합의되지 않은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인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피해자가 허위로 피고인을 고소했다고 피해자를 무고했고 피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가중되게 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 피고인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최근 많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자신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형벌을 면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무고하는 보복성 역고소 행위에 대한 일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본 사건의 피고인은 항소심 재판부의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판결 직후 “세상이 무섭다” “단체 시위로 무죄에서 유죄” “억울하다”며 여전히 자신의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는 영화 속 피해자 배역 이름을 거론하며 피해자의 신상을 노출하는 등 2차 피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언론 또한 이런 가해자의 주장을 거르지 않고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보내며 2차 피해를 확산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이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해야 합니다.

한국영화가 만들어진지 100년이 다되도록 영화는 과정의 온당함보다 만들어진 결과를 중시해왔습니다. 천만관객 혹은 해외 유명 영화제의 수상에 초점에 맞춰 “재미있는 영화” “좋은 영화”만 대중의 기억에 남게 됐습니다. 그렇게 “흥행”과 “작품성”에 치중해 함께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었습니다. 사실적인 연기를 유도한다는 미명 하에 상대 여자배우 모르게 남자배우에게만 연출지도를 하고 그럴 듯한 화면을 위해 실제 위험으로 내모는 일이 자행돼 왔습니다. 남배우A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계기가 돼 영화를 위해선 뭐든 용인될 수 있다는 이러한 생각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돼온 폭력은 중단돼야 할 것입니다. “좋은 영화”는 “좋은 현장”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영화를 만드는 상식 또한 삶의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향후에도 남배우A 사건 공동대책위 참여 단체들은 남배우A 사건에 그치지 않고 영화계 내 성폭력 사건이 사라지고 성평등한 현장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해나갈 것입니다.

2017년10월24일.

여성영화인모임, 장애여성공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5개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찍는페미, 평화의샘,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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