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감독상을 안긴 영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는 전범국 일본의 어두운 역사를 건드린 작품. 26일 진행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스파이의 아내’ 화상 기자회견에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데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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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여전히 전쟁범죄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영화는 드러낸다. 이를 과거사에 대한 양심적인 목소리로 해석해도 되느냐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기쁘겠지만 은폐돼있었던 뭔가를 드러내는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일본인에게나 세계의 역사에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그리려고 했다”며 “큰 결의를 하거나 의식한 건 없었다”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1983년 ‘간다천음란전쟁’으로 데뷔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1997년 ‘큐어’를 연출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회로’(2001) ‘밝은 미래’(2002) ‘절규’(2006) ‘도쿄 소나타’(2008) ‘해안가로의 여행’(2014) 등 숱한 작품을 남겼는데,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을 대표하는 스릴러 거장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시대극은 첫 도전이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나 자신이 어떤 세대에 속하는지, 어떤 포지션에 있는지를 신경 쓰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한번쯤은 시대극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다”며 “현대 아닌 과거 시대를 그리는 자체가 힘들긴 한데 흥미롭고 설레는 부분이 있었다. 이 영화가 앞으로 또 다른 시대극을 그리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파이의 아내’는 스파이가 아닌 스파이의 아내에 관심을 둔다는 점이 흥미롭다. ‘스파이의 아내’의 초고는 하마 구치 류스케, 노하라 타다시 감독이 각본을 썼다. 도중에 참여했다는 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각본에 스파이의 아내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설정이 담겨 있었는데 그 지점이 탁월했다”며 “아내에게 포커스를 두면 당시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고민을 했는지 일상적인 부분들을 그려내기 수월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한국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기대했다. 그는 “‘스파이의 아내’는 전쟁이라는 시대를 다룬 일본 영화”라며 “전쟁물이면서 동시에 서스펜스나 멜로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이것의 내용이 현대적으로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는 관객 여러분께 달려 있다. 자유롭게 감상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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