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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하성(20)과 삼성 구자욱(22) 이야기다.
둘을 분명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팀이 꼭 필요로한 곳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 겹 벗겨내보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 붙박이와 멀티의 대결. 이 둘의 우열은 그래서 더 가리기 어렵다.
김하성은 넥센의 유격수다. 그냥 유격수가 아니다.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비워놓고 간 자리다.
하지만 김하성은 공백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 1일 현재 타율 2할9푼4리 13홈런 49타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격수 임에도 출루율과 장타율 합인 OPS가 .884나 된다. 실책 14개는 최다 2위지만 적극적이고 폭 넓은 수비로 그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구자욱이 조금 앞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격수라는 김하성의 포지션을 감안하면 숫자만으로 둘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팀 공헌도 부분도 마찬가지다. 보는 관점의 차이가 커서 흥미롭기까지 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구자욱이 있었기에 삼성이 전반기를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가 무려 4가지 포지션을 소화해줬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구자욱은 1루수, 중견수, 우익수, 3루수까지, 팀 주전 선수들이 빠진 자리를 모두 메워줬다. 완벽한 수비는 아니었지만 큰 실수 없이 그 자리를 메워줬다. 타격까지 잘 해준 덕에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김하성이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까지 계산에 넣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자욱이나 김하성 모두 팀이 꼭 필요로할 때 제 몫을 다해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방법론은 전혀 달랐다. 누가 더 나았는지를 가를 수 있을까? 차라리 둘의 성적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빠를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