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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미쳤으면 하는 선수의 이름을 나열하기만 할뿐, 그에 대한 상대의 대비책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단기전은 상대의 경계대상들을 하나 둘 지워가는 시리즈라고 했다. 상대의 미칠 선수들에 대한 경계를 풀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소위 미친 선수들로 경기가 판가름났다. LG에선 김용의, 최경철, 스나이더 등 조연급 선수들이 주전들 못지 않은 맹활약을 펼치면서 LG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전력 분석의 입장에서 본 ‘미친 선수’는 개념이 좀 다르다. 단순히 ‘경계를 받는 주축 선수 외 선수’에 한정되지 않는다. 물론 ‘비주축 선수’가 주를 이루지만 경기 분위기에 따라 성향이 달라지는 선수들도 포함된다.
전력분석의 대가로 불렸던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먼저 미친 선수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첫째는 흐름이다”고 말했다.
단기전은 상대의 경계 대상들을 하나 둘 지워가는 시리즈다. 페넌트레이스라면 보통 중심타선 위주로 분석이 이뤄지지만 포스트시즌 같은 경우는 16명의 야수 들 중 9~10명 정도의 타자에게 집중 분석이 이뤄진다.
김 위원은 “어제 경기만 보면 NC는 3-6번 타자까지 경계대상이고, LG는 정성훈, 박용택, 이병규(7번), 이진영이 서로의 경계대상이었다면 여기에 LG는 스나이더, 김용의, 최경철이 터져버린 것이다. 훨씬 상대 입장에선 혼돈이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심타자들까지 막지 못하면 NC로선 힘들어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미칠만한 선수를 사전에 경계하고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걸까.
가장 중요한 건 ‘분위기를 지배하는 선수들’이다. 큰 경기서도 강철 멘탈을 가진 선수들을 말한다. 두산 오재원이 늘 경계 대상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김 위원은 “2005년 박재홍의 홈 스틸이 좋은 예다.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그런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을 막아야한다”면서 “포스트시즌은 모든 선수들이 진지해 진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선수들이 있다. 중요한 게임에서도 자기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선수들은 꼭 막아야한다”고 했다.
‘미칠 선수’들에 대한 대비책도 있다. 그 선수들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결국 팀의 전략과 분석, 노하우에 달렸다는 의미다.
김 위원은 준PO 1차전에 대한 예를 들었다. 최악의 상황을 일단 막는 것이 중요하고, 선수들의 성격, 최근들어 변화한 부분에 있어서도 세밀히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
결정적 3점 홈런을 친 최경철은 올시즌 2B, 3B-1S 등 유리한 카운트에서 각각 3타수 무안타, 4타수 2안타밖에 되지 않는다. 친 횟수 자체가 적다. 유리할 때 좀처럼 스윙을 하지 않는 선수다. 최경철은 개인 성적보다는 팀을 위하는 플레이를 더 많이 하는 선수로도 알려져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선 달랐다. 2B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스윙이 나왔다.
김 위원은 지금부터라도 실패한 부분을 정확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는 이렇게 해서 실패했다, 이 실수 때문에 졌다 등 조금 더 실패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노력 속에 승리의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