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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농구(FIBA랭킹 30위)가 아시아 정상 문턱에서 난적 이란(25위)을 만난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7일(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전에서 필리핀(27위)을 118-86으로 완파했다.
필리핀은 조별리그에서 3연승을 거둬 조 1위로 8강에 오른 강팀이었다. FIBA 랭킹도 한국보다 2계단 높다. 하지만 한국은 필리핀의 빠른 공격을 정확한 외곽슛으로 무력화시키고 32점 차 대승을 거뒀다.
한국은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2013년 이후 4년 만에 준결승에 올랐다. 20일 열릴 4강전에서 맞붙는 상대는 아시아 최강 이란이다. 한국은 중요한 고비마다 이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바로 직전인 2015년 이 대회에서도 8강에서 이란에 져 4강에 오르지 못했다.
이란은 이번 대회에서 막강한 실력을 자랑한다. 조별리그를 3연승으로 통과한 뒤 8강전에서도 홈팀 레바논을 10점 차로 제압했다. 전력 면에서 다른 팀을 월등히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란의 중심은 단연 218cm의 장신 센터 하메드 하다디(32)다. 하다디는 현재 이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할 정도로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4경기에 모두 출전해 경기당 평균 18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체격 조건을 앞세워 골밑슛을 잘 넣고 리바운드만 잡는 게 아니다. 상대 수비가 자기에 몰리는 사이에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해 3점슛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믿을 구석은 3점슛이다. 대표팀은 필리핀 전에서 3점슛을 21개 던져 16개나 성공시킬 정도로 슛 감각이 절정에 올라 있다. 어느 한두 선수에 의존하는 게 아니다. 12명 선수 전원의 컨디션이 고르고 특별한 부상도 없다.
필리핀전에서 어시스트를 34개나 기록할 정도로 팀플레이도 살아나고 있다. 필리핀을 상대로 보여준 외곽슛과 팀플레이가 살아나고 주전 빅맨인 오세근(30·인삼공사)과 이종현(23·모비스)이 하다디와 골밑 싸움에서 대등하게 버텨준다면 예상을 뒤엎을 수 있다.
허재 감독도 이란이라는 거함을 쓰러뜨리기 위해 다양한 변칙 전술을 준비하고 있다. 맞춤형 전술이 통한다면 역사적인 승리도 기대해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