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로 한 명의 영웅을 꼽을 수 없는 시리즈였다. 매 경기 최경철이 화제가 됐지만 그 혼자만의 힘으로 이긴 것은 아니었다. 엔트리에 들어있는 27명의 선수 모두가 합심해 만든 결과다.
LG 주장 이진영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포스트시즌이 되면 영웅이 되는 선수도 있고, 또 반대로 부진하다고 욕을 먹는 선수도 있다. 솔직히 그런 분위기가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단기전은 누구 하나 잘하고, 누구 하나 못한다고 해서 결과가 나는 것이 아니다. 길고 긴 페넌트레이스라면 개인적인 부분이 돋보일 수 있지만 단기전은 모두의 힘이 필요한 경기다.”
진짜 그랬다. ‘개인의 힘’이 더 강한 팀으로 여겨졌던 LG는 ‘팀 LG’로 속에 녹아있었다. LG가 최초로 정규시즌 승률 5할 미만 팀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의 새 역사를 만든 원동력이기도 했다.
실제 LG는 엔트리를 풀로 활용하면서 모든 전력을 적재적소에 썼다.
선발 류제국과 리오단, 우규민이 제역할을 해줬고, 선발들이 마운드서 일찍 내려간 순간엔 선발, 불펜 가리지 않겠다던 신정락 포함, 필승조, 추격조 구분없이 모든 불펜진이 나와 남은 이닝을 버텨줬다.
주전 포수 최경철의 화려한 성적 뒤엔 불펜에서 투수들의 볼을 받으며 묵묵히 백업을 해준 현재윤도 있었다.
주전 라인업에 포함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번 가을, ‘보이지 않던 힘’을 더 냈다. 어느 한 곳에서 실수가 나올 때면 그 아픔을 메워주기 위한 다른 선수들의 노력이 더해졌다. 마운드서 무너지면 타선이 폭발했고 타선이 침묵할 땐 마운드가 버텨줬다. 큰 경기에 대한 부담과 실패에 대한 아픔을 서로가 풀어줬다.
대타로 나선 최승준이 3차전에서 얻어낸 볼넷도 그렇고, 대타로 묵묵히 나서 준 이병규(9번)도 있었다. 대주자로 깜짝 활약한 문선재. 여기에 버려진 고양 원더스 출신으로 대주자, 대수비 역할을 해준 황목치승, 김영관도 빼놓을 순 없다. 자신의 역할과 할일이 뭔지 확실히 알고 준비했다. 그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LG 역시 과감하게 대타, 대수비 작전 쓸 수 있었다.
LG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가 한 곳만을 바라보며 만들어낸 결과, 플레이오프 진출. 그 어느 한 영웅의 힘으로만 되는 건 아니었다. 팀 LG는 진짜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