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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훈련을 시키는 그이지만 저녁 식사 후 한 시간 정도씩을 빼서 선수들에게 강의를 했던 이유다. 왜 이렇게 처절하게 훈련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한 훈련인지를 알고 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한화를 맡은 김 감독은 강의 시간을 크게 줄였다. 가을 캠프서 몇 차례 했을 뿐, 이후 스프링캠프에선 거의 미팅이 소집되지 않았다. 그 보다 더 급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도 아껴 훈련하는데 썼다. 일단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좀 쓸만하다 싶은 선수 중엔 아픈 선수가 대다수였다. 치고 받고 달리고 던지게 하는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부상 전력이 돌아올 수 있을거란 계산으로 팀을 구성하지 않았다. 그들이 빠져 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실제 한화는 아직도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제법 선전하고 있다. 아픈 선수들을 대신 해 쓸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강의 보다 일단 실력부터 쌓아야 한다는 결단이 만든 결과다.
그러나 김 감독이 절대 바꾸지 않는 소신이 한 가지 있다. 절대 비난을 선수들이 받도록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제나 자신이 앞에 서서 비난의 화살을 받는다. 대신 성공의 열매는 선수들에게 돌리며 함께 나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발 투수들을 너무 빨리 교체하고 불펜 투수들을 너무 많이 가동한다는 것이다.
자 여기서 김 감독 특유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불펜 투수들은 언제나 경기를 역전당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등판한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선수들은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김 감독이라고 욕 먹는 것이 좋을 리 없다. 어쩌면 믿음의 야구가 편할 수도 있다. 선발을 길게 가고 투수 교체를 줄이면 “선발에게 믿고 맡겼는데 역전을 허용해 어쩔 수 없었다”라던가, “불펜 투수를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감독은 비난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비난을 먼저 신경쓰기 보다 이기는 것이 먼저다. 혹 비판이 쏟아진다면 그건 본인 스스로 감내한다. 지금 투수를 바꾸지 않는 것이 욕 덜 먹는 길이라는 건 알지만 그건 그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만 생각한다.
그와 함께 한 선수들이 점차 지는 것을 감독 이상으로 억울해 하고 감독 이상으로 이기고 싶어지게 만드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