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리더십 본질은 가장의 마음

  • 등록 2015-05-14 오전 10:36:21

    수정 2015-05-14 오전 10:36:21

사진=한화 이글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김성근 감독은 역대 감독 중 가장 많은 팀을 맡은 베테랑 감독이다. 그런 그에겐 철칙이 하나 있었다. 선수들에게 ‘무엇을’ 보다 ‘왜’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훈련을 시키는 그이지만 저녁 식사 후 한 시간 정도씩을 빼서 선수들에게 강의를 했던 이유다. 왜 이렇게 처절하게 훈련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한 훈련인지를 알고 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한화를 맡은 김 감독은 강의 시간을 크게 줄였다. 가을 캠프서 몇 차례 했을 뿐, 이후 스프링캠프에선 거의 미팅이 소집되지 않았다. 그 보다 더 급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도 아껴 훈련하는데 썼다. 일단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좀 쓸만하다 싶은 선수 중엔 아픈 선수가 대다수였다. 치고 받고 달리고 던지게 하는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부상 전력이 돌아올 수 있을거란 계산으로 팀을 구성하지 않았다. 그들이 빠져 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실제 한화는 아직도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제법 선전하고 있다. 아픈 선수들을 대신 해 쓸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강의 보다 일단 실력부터 쌓아야 한다는 결단이 만든 결과다.

김 감독은 이처럼 팀 사정에 따라 변화 무쌍한 전략을 구사한다. 팀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늘 하던대로가 하지 않는다. 언제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준비한다.

그러나 김 감독이 절대 바꾸지 않는 소신이 한 가지 있다. 절대 비난을 선수들이 받도록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제나 자신이 앞에 서서 비난의 화살을 받는다. 대신 성공의 열매는 선수들에게 돌리며 함께 나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발 투수들을 너무 빨리 교체하고 불펜 투수들을 너무 많이 가동한다는 것이다.

자 여기서 김 감독 특유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불펜 투수들은 언제나 경기를 역전당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등판한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선수들은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한화는 다르다. 불펜 투수들이 역전을 허용하면 감독이 욕을 먹는다. 비난은 감독의 몫이다. 가정의 모든 짐은 홀로 지고, 남은 구성원들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전통적인 한국의 가장을 닮았다.

김 감독이라고 욕 먹는 것이 좋을 리 없다. 어쩌면 믿음의 야구가 편할 수도 있다. 선발을 길게 가고 투수 교체를 줄이면 “선발에게 믿고 맡겼는데 역전을 허용해 어쩔 수 없었다”라던가, “불펜 투수를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감독은 비난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비난을 먼저 신경쓰기 보다 이기는 것이 먼저다. 혹 비판이 쏟아진다면 그건 본인 스스로 감내한다. 지금 투수를 바꾸지 않는 것이 욕 덜 먹는 길이라는 건 알지만 그건 그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만 생각한다.

그와 함께 한 선수들이 점차 지는 것을 감독 이상으로 억울해 하고 감독 이상으로 이기고 싶어지게 만드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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