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수상' 윤여정 "내 연기는 열등감에서 비롯…최고란 말 싫다"[종합]

윤여정, 시상식 직후 LA총영사관저에서 기자회견
브래드 피트 관련 질문 쏟아져…"난 개가 아냐" 일침도
"앞으로 계획 없다, 살던대로 살 것"
  • 등록 2021-04-26 오후 2:53:38

    수정 2021-04-26 오후 7:09:08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사진=로이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은 배우 윤여정이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브래드 피트와의 만남 등 재치 있는 수상 소회와 함께 자신만의 연기철학을 가감없이 전했다.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LA총영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소회들을 털어놨다.

이날 윤여정의 수상 소식은 시상자로 나선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 플랜비의 대표 겸 세계적인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와의 만남으로도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시상식 직후 열린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현지 취재진으로부터 브래드 피트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윤여정은 ‘무대에서 내려오며 브래드 피트와 어떤 얘기를 나눴는가’, ‘그에게서 어떤 냄새가 났는가’ 등 무례한 질문에 답해야 하기도 했다. 이에 “(브래드 피트의)냄새를 맡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뼈 있게 응수한 윤여정의 재치있는 답변은 수상 소감 못지않게 주목을 받았다.

한국인 특파원들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도 관련된 질문들이 쏟아졌다. 윤여정은 먼저 “‘미나리’ 식구들과 감독과 선댄스까지 보고 못 봤는데 상을 타게 돼 너무 좋다”고 운을 떼며 “미국도 똑같더라. 브래드 피트 어떠냐고 물어보더라. 그 사람은 영화에서 너무 봤으니까. (실제로도) 잘생겼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브래드 피트가 우리 영화 제작자다. 다음에 영화 만들 때 돈을 더 써달라고 했다. 잘 빠져 나갔다. 조금 더 쓰겠다고 대답하더라”는 농담도 덧붙였다.

‘브래드 피트와 작품을 한다면 어떤 장르로 만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 이유로 “내 나이, 영어 실력을 생각했을 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나는 불가능한 꿈은 꾸지 않는다”고 덧붙이며 “노 앤서(NO ANSWER, 답하지 않겠다)”라고 손사래를 치며 대답을 마무리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브래드 피트는 그저 내게 스타”라며 “그가 나를 안내해주고, 이름을 불러준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엔 ‘내가 뭘 해야 하지’ ‘여긴 어디지’ ‘내가 말하는 걸 저 사람들이 알아듣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도 언급했다.

연기 철학에 대한 질문도 등장했다. 윤여정은 “내 연기 철학은 열등감에서 비롯됐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다가 (배우를) 했기 때문이다. 제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우자고 했다. 남한테 피해를 안 주자는 것이 시작이었다”며 “나중에는 먹고 살기 위해 절실하게 연기했다. 대본이 곧 성경 같았다”고 회상했다.

다만 이날 여우조연상 수상이 그의 인생 최고의 순간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최고의 순간은 없을 것이다. 난 최고 그런 말이 싫다. 너무 1등 그러지 말고, 우리 다 최‘중’되면 안 되나. 같이 살면 안 되나. 최고의 순간 그런 건 난 모르겠다.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동양 사람들에게 아카데미는 너무 높은 벽이 됐다. 하지만 제 생각엔 최고가 되지 말고 다 동등하게 살면 안 되나 싶다. 아카데미가 최고의 순간인지는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수상소감 당시 글렌 클로스를 언급한 것과 관련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윤여정은 “글렌 클로스와 같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내가 2000년도쯤에 영국 갔을 때 그가 나온 ‘욕망이라는 전차’ 연극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글렌 클로스가 저하고 동갑이다. 그 나이에 할 수 없는 역할인데, 하는 걸 보고 난 진심으로 그녀가 받길 바랐다”고 전했다. 또 “저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동양 변방에 온 사람이지 않나. 아카데미 가 본 적이 있겠나. 물론 봉준호는 갔지만”이라면서도 “그녀(글렌 클로스)가 진심으로 받길 바랐다. 내 옆에 있는 ‘미나리’ 친구들은 옆에서 받을 거라고 하는데 난 안 받는다고 생각했다. 인생을 살면서 배반을 많이 당해서 기대도 안 했는데, 제 이름이 불리더라. 영어도 못 하지만 (소감이) 엉망진창이 돼서 창피하다”며 쑥스러워했다.

수상소감에 김기영 감독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사후에야 감사한 사람인 걸 알았다. 지금까지도 후회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앞으로 계획은 없다. 살던 대로 살 거다. 오스카를 탔다고 해서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니까”란 솔직한 답변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옛날부터 결심한 게 있다. 나이가 들면 대사 외우는 게 힘들어지는데,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건 싫다. 그러니까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일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시상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윤여정과 함께 한예리도 참석했다. 이날 한예리의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 역시 윤여정이 동반인으로 초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예리는 이에 대해 “선생님께서 초대해주셔서 함께 하게 됐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역사적인 순간에 이 자리에 있는 게 영광이다. 선생님이 아까 저한테 견학을 했으니 다음번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다. 좋은 견학이 됐고 ‘미나리’ 팀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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