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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민병헌은 선발 양훈 분석도 철저히 했다. 1차전에서 당했던 패턴에 대한 분석도 마쳤다. 복수를 다짐했다. 하지만 4차전 성적은 3타수 무안타. 경기 도중 종아리에 통증까지 올라와 더이상 경기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동료들의 활약으로 다시 만회할 기회가 찾아왔다. 플레이오프 1차전. 민병헌은 잠시 움츠렸던 어깨를 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경기 전 만난 민병헌에게 3번 타순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3번 타순으로 가니 또 힘들어보이네요.”
민병헌이 받아친다. “감이 나쁘진 않은데 시즌 같은 자신감이 없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3번 타순과 6번 타순은 자리에 들어가는 부담감부터 다르다는 것. 그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앞서서도 “3번 타자가 정말 부담이 상당하다. 병살타도 많이 나오고. 6번과 3번의 부담감 차이는 확실히 크다”고 했다.
민병헌은 덕아웃으로 온 허경민과 농담을 주고 받는다. “네가 너무 잘 나가서 그래. 안타를 치지 말고 2루타를 치란 말이야. 그래야 내가 병살을 피하지.”
4차전 상황을 두고 한 말이었다. 3회도 허경민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민병헌이 ‘병살 칠 것 같으니 2루타를 치라’고 했지만 허경민이 안타로 출루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민병헌은 병살타로 득점 기회를 놓쳤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라인업을 확인하던 민병헌. 다시 3번 타순에 들어선 자신의 이름을 보며 애써 괜찮다며 자신을 다독였다. “오늘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상대 선발)해커는 다들 못쳐서 내가 못친다고 해도 티가 안난다. 더 편하게 하려고 한다. 안맞는 걸 억지로 잘 맞게 하긴 힘들다”고 했다.
첫 타석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번에도 병살타를 치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했다. 정수빈과 허경민이 ‘예상을 깨고’ 해커를 상대로 연속 안타를 때려내 출루했다. 민병헌은 공 2개를 그대로 스트라이크존에 흘려보낸 뒤 3구째 커브에 크게 헛스윙했다. 삼진. 민병헌의 출발은 분명 좋지 못했다.
홍성흔까지 홈런 대열에 가세하며 4-0으로 앞서간 7회는 승리를 확신케 하는 한 방을 때려냈다. 3점 홈런이었다. 정수빈과 허경민이 안타와 몸에 맞는 볼로 차려준 밥상을 다 먹어치웠다. 1사 1,2루서 김진성을 상대로 포크볼을 제대로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병살에 대한 고민을 홈런으로 풀었다. 3번 타순에 들어와 좀처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민병헌이 3번 타자로서 우뚝 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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