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대디’ 甲질에 멍드는 그린

골프장 내부 규칙 무시하고
경기 중 그린 위 올라가기도
"파트너 아닌 심부름꾼 취급"
솜방망이 처벌이 갑질 키워
  • 등록 2017-05-26 오전 6:00:00

    수정 2017-05-26 오후 2:56:16

사고 당시 CCTV 화면. 첫 번째 사진은 매니저가 운전석에 탄 선수 아버지와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두 번째 사진에서 후진하는 차량의 바퀴에 매니저가 발을 밟혀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있다. 세 번째 사진에선 쓰러진 매니저의 머리가 차량 사이로 보인다.(사진=동촌CC 골프장 CCTV)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지난 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가 열린 충북 충주의 동촌CC 주차장에서 사람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 선수의 부모가 딸의 소속 골프단의 매니저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선수 아버지는 차 왼쪽 앞바퀴로 매니저의 발을 깔고 지나갔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에 따르면 선수 아버지는 되레 “쇼하지 마라”고 소리치며 다리를 쩔뚝이는 매니저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이 사건은 매니저가 신고하기를 포기하면서 수면 아래로 지나갔다.

◇직장 잃을까…불이익에도 신고 못해

최근 몇몇 골프 선수 아버지 이른바 ‘골프 대디’들의 상식 밖의 ‘갑(甲)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주로 피해자 격인 매니지먼트사 직원과 캐디는 ‘을’의 입장이다. 선수 아버지의 한마디는 ‘어명’에 가깝다. 캐디의 경우 선수 아버지의 한 마디에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정상급 선수의 캐디일수록 더 그렇다.

이번 사건은 만약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매니저가 아니었다면 조용히 넘어가지 않았을 일이었다. 차 바퀴에 발이 깔렸던 사람을 쫓아가 사과는커녕 ‘쇼’라고 적반하장식 대응을 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장면은 아니다. 사건 이후 이 매니저는 선수 아버지로부터 “미안하다. 우리끼리 길게 이야기해서 뭐하냐”고 말을 들은 게 전부다.

매니저나 캐디처럼 ‘을’은 선수 아버지같은 ‘갑’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해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선수 아버지는 앞서 코스 내 레인지에서 선수당 30개로 제한된 골프공을 추가로 요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아르바이트생을 때리는 시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선수의 아버지는 그린 위에 올라갔다가 벌금을 내야하자 매니지먼트사에 “알아서 해결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행사에 걸린 포스터에 경쟁 선수의 이름이 앞에 가 있으니 딸의 이름을 앞으로 넣어달라는 요청은 애교 수준이다.

◇폭행 사고에도 구두경고만 한 협회

모든 ‘골프 대디’가 갑의 위치에서 문제를 풀어가지는 않는다. 아버지라면 딸에게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을 터이다. 매니지먼트 직원이나 캐디와의 불협화음이 생겨도 정중하게 대화로 풀어가는 게 일반적인 골프 대디의 모습이다. 아예 딸이 혼자 투어를 뛰도록 두는 골프 대디도 있다. 그럼에도 몇몇 비뚤어진 부성애에 투어 전체가 멍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매니지먼트사 직원이나 캐디를 파트너가 아닌 심부름꾼으로 생각하는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도 종종 있다”며 “선수의 부모와의 마찰로 골프 관련 일을 아예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의 솜방망이 처벌도 ‘골프 대디’의 갑질을 부추긴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또 다른 선수의 아버지가 상벌위에서 2년간 코스 안쪽과 클럽하우스 출입 금지 명령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그 외 장소에 출입할 수 있어 ‘유명무실’한 조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협회는 현재 이번 사건을 일으킨 선수 아버지에게 구두로 경고한 것이 전부다. 협회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상벌위를 여는 것 등 후속조치를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빨간색 원 안의 매니저(오른쪽)가 선수 아버지(가운데)로부터 주먹으로 맞은 후 고개가 좌측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선수 아버지는 이후에도 쩔뚝이는 매니저를 쫓아가 계속해서 위협했다.(사진=동촌CC 골프장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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