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리포트]70회 칸 사로잡은 韓영화…전통과 변화의 기로

  • 등록 2017-05-26 오전 6:00:00

    수정 2017-05-29 오전 9:36:34

‘옥자’ 프랑스 칸 뤼메이르 대극장 레드카펫. 왼쪽부터 변희봉·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스티븐 연·안서현·봉준호 감독·틸다 스윈튼·폴 다노·릴리 콜린스·제이크 질렌할·데본 보스틱(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한국영화가 영화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글로벌한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난 17일 프랑스를 대표하는 휴양지 칸에서 세계 최고의 영화축제 칸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올해 칸은 다른 어느 때보다 한국영화와 한국영화인에 관심이 쏠렸다. 이와 함께 올해로 70년을 맞이하며 전통 고수와 변화 수용의 기로에서 고심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높아진 위상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올해의 칸 이슈는 넷플릭스, 다시 말해 스트리밍용 영화다. 스트리밍용 영화가 경쟁부문에 진출한 데 프랑스의 극장들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어서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이어로위츠 스토리’, 아마존에서 제작한 토드 헤인즈의 ‘원더스트럭’이 경쟁부문에 올랐다. 스트리밍용 영화로 넷플릭스, 그 중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대표성을 띠면서 ‘옥자’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칸은 내년부터 스트리밍용 영화들은 경쟁부문에 출품할 수 없다고 새 방침을 정했지만 ‘옥자’는 심사위원장의 편파적인 발언, 상영 중단 및 야유 등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이며 영화제 내내 주목을 받았다. 서우식 프로듀서는 “이번 논란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봉준호 감독과 ‘옥자’가 칸에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넷플릭스가 칸에서 주최한 파티에서도 봉준호 감독에 대한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사생활 논란과 별개로 ‘그 후’는 칸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 ‘그 후’는 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영화로 뒤늦게 출품을 했지만 경쟁부문에 오르고 수상까지 기대되고 있는 작품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황금종려상 3관왕에 도전하며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해피엔드’가 평론가나 매체들 사이에서 예상외로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꽤 많다”며 “현재까지 두드러진 작품이 없는 만큼 수상의 향방을 점치기 쉽지 않다. ‘그 후’도 수상을 노려볼 만하다”고 얘기했다.

경쟁작은 아니지만 장외에서도 한국영화가 선전했다. 정병길 감독의 ‘악녀’와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으로 칸을 방문했다. ‘악녀’는 칸 필름마켓을 통해 북미와 남미를 비롯해 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오세아니아·대만·필리핀 등 128개국에 판매됐다. 칸을 찾기 전 80여개국에 팔린 ‘불한당’은 이번 필름마켓으로 총 117개국에 판매됐다. ‘옥자’의 해외 세일즈를 담당하는 이정하 콘텐츠판다 팀장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영화들은 대중성, 흥행성을 갖춰서 마켓에서는 실제 더 신경 쓰는 섹션이다”며 “한국영화 두 편이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선정된 것은 그만큼 한국영화의 위상이나 인기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마켓에서는 한국영화 부스를 찾는 중국 바이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드로 경색된 한중 관계가 정권 교체 이후 변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악녀’ 공식상영(사진=NEW)
◇70회, 전통을 지키느냐 변화를 따르느냐

올해 칸은 전통과 변화의 사이에 놓여 있다. 넷플릭스를 둘러싼 스트리밍용 영화 논란이 단적인 예다. 스트리밍용 영화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칸이 극장으로 유통하지 않은 영화들을 경쟁부문에 넣었다는 건 굉장히 주목할 만한 변화의 측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며 “넷플릭스 영화로 비즈니스나 여러 가지 것들을 실험하는 측면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추측했다.

칸의 보수성은 논란에 휩싸이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다. 지난해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에드만’은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꼽히며 제인 캠피온 감독에 이어 23년 만에 여성 감독의 수상이 기대됐지만 무관에 그쳤다. 그에 반해 혹평을 받았던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이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면서 수상 논란이 일었다. 2015년에는 하이힐을 신지 않은 여성 관객의 상영관 입장을 금지해 비난을 받았다. 이를 조롱하듯 지난해 줄리아 로버츠는 맨발로, 수잔 서랜든은 드레스 대신 슈트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스트리밍용 영화 논란뿐 아니라 올해 칸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요소들은 더 있다. 지난해 황금종려상 경쟁작 후보로 기 수상자의 작품이 세 편이었는데 올해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해피엔드’ 한 편만이 올랐다. 감독의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다. 전 평론가는 “칸이 변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에는 영화제의 권위가 예전같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돼서다”며 “경쟁작의 경우 과거에는 배지가 있어도 인비테이션(초대장) 없이 관람하기가 힘들었는데 근래에는 배지만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에서도 예전만큼 칸에 적극적이지 않다. 올해가 70년인데도 열기 자체가 예전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경쟁작 후보로 오른 여성 감독들에 주목했다. 전 평론가는 “경쟁작 후보에 여성 감독의 작품이 세 편 올랐고 면면이 다 화려하다. 각각 프랑스 영국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며 “후보에 지난해 논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 같다. 결과에 따라서 향후 칸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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