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달’, 왜 ‘덕후’도 ‘머글’도 모으지 못했나

한국형 고대 판타지로 출발했지만
물량공세에도 아쉬운 디테일
입체적인 캐릭터 묘사는 눈길
  • 등록 2019-06-10 오후 5:04:41

    수정 2019-06-10 오후 11:25:03

사진=스튜디오 드래곤, KPJ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널찍한 거리에 상점이 즐비하다. 거대한 조각을 운반하는 수레가 오가고, 다양한 인종의 상인들이 뒤섞여 있다. 대흑벽을 지나 아스달에 당도한 소년은 문명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지난 9일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토일 미니시리즈 ‘아스달 연대기’(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김원석) 4회 속 한 장면이다.

‘아스달 연대기’는 판타지물이긴 하지만 ‘한국 최초 상고시대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앞세웠다. 국가와 문명이 자리잡기 전이라고 하지만 장터를 구현한 만듦새가 비교적 정교하다. 아스라는 가상의 공간이 배경이지만 상고시대가 배경인지, 조선시대가 배경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장면이다.

사진=‘아스달 연대기’ 방송화면 캡처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이상한 세계

타곤(장동건 분)은 태알하(김옥빈 분)에게 ‘나를 품었느냐’고 묻는다. 사람과 이종(異種)의 피가 섞인 은섬(송중기 분)이 꿈을 꾸자 와한족은 이를 이상하게 여긴다. ‘사랑’이나 ‘꿈’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정 때문이다. 이밖에도 두즘생, 니르하 등 새롭게 설정한 용어들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에게 낯선 세상임을 강조한다.

동시에 ‘문명의 이기’들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한다. 은섬 모자는 10년이 걸렸던 대흑벽을 손쉽게 오르내리게 하는 엘리베이터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석조 건물, 오늘날 군인들의 막사보다 튼튼해 보이는 움막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간의 개념도 분명하다. “보름달을 네번이나 봤다”는 은섬과 달리 타곤은 “20년이란 내 시간은 어떻게 되느냐”고 한탄한다.

판타지는 촘촘하게 설계된 세계관에서 비롯된다. 세계관의 대명사인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는 수년 동안 축적된 마블코믹스의 그래픽 노블이 있어 가능했다. 판타지물의 대명사인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도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토대로 삼았다. 덕분에 실제로 존재하는 듯 섬세하면서도 일관된 세계관이 구축될 수 있다. 단순히 비용의 문제를 떠나 수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 결과다.

‘아스달 연대기’은 원작이 없다. 민담이나 설화를 차용하지도 않았다. 대신 어디서 본 듯한 고대 판타지의 설정들을 품고 있다. 540억 원치의 물량공세는 존재하지만 판타지 ‘덕후’들을 끌어모을 만한 디테일은 없다. 각종 웰메이드 판타지물을 경험한 시청자의 시각에선 ‘아스달 연대기’ 속 상충되는 설정이나 소품 등은 몰입을 방해한다. 고증이 어려운 시대라고 해서 무엇이든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계관 아래 일맥상통해야 한다. 그렇다고 ‘덕후’가 아닌 ‘머글’(‘해리포터’ 속 용어로 일반적인 사람들을 의미) 시청자가 중간 유입되기엔 인물군이 방대하고 복잡하다.

사진=스튜디오 드래곤, KPJ
◇입체적 캐릭터 매력적…유태오 눈길

그렇지만 ‘아스달 연대기’를 ‘실패’라 단정하긴 이르다. 드라마의 단점에 가려졌을 뿐 캐릭터들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은섬이 중후반를 이끌 성장 캐릭터라면 현재 시점에서 타곤은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뛰어난 지략과 문무를 갖춘 타곤은 대원들과 부족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다. 정작 부친인 산웅(김의성 분)의 배척을 받으며 끝없는 정치싸움을 벌어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이기도 하다. 태알하에게 진심을 드러내지만 그 또한 마음대로 이뤄질 수 없다. 누구보다 냉정하면서도 뜨거움을 품고 있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단 1회 출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라가즈 역의 유태오도 있다. 다부진 외양에 푸른 눈을 가진 뇌안탈인 라가즈는 타곤의 부대와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유태오 특유의 신비로운 마스크와 캐릭터의 야성적인 매력이 결합돼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자음과 모음의 순서를 뒤바꿔 완성된 뇌안탈어도 이색적인 느낌을 더했다.

사진=씨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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