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명장도 승부조작 의혹' 신뢰도 큰 상처 입은 프로농구

  • 등록 2015-05-26 오전 11:28:31

    수정 2015-05-26 오전 11:30:14

전창진 감독. 사진=KBL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로농구가 또다시 승부조작 악몽에 휩싸였다. 현직 프로농구 감독이 사설 스포츠 도박과 관련한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창진 KGC인삼공사 감독이 지난 2~3월 부산 케이티(KT) 감독 시절 지인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사설 스포츠토토에 3억원을 걸고 도박을 한 혐의를 파악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미 전 감독의 지인 2명을 구속했고 곧 전 감독도 직접 불러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전 감독은 경기 후반 주전들을 대거 빼고 후보들을 투입해 일부러 10점 차 이상 패배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계획적이다. 전 감독은 베팅 자금에 필요한 자금을 차명계좌로 사채업자로부터 전달받고 차용증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감독은 지난 25일 출국금지 조치 됐다.

이번 사건은 2년 전 승부조작 파문으로 큰 홍역을 앓았던 프로농구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당시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은 브로커에게 4700만원을 받고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는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해 징역 10월에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 사건으로 프로농구계로부터 영구제명까지 당했다.

워낙 그 사건의 후유증이 컸기 때문에 당분간은 승부조작 시도조차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비슷한 수법의 사건이 나오고 말았다.

그것도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감독의 손에서 이뤄졌다. 전 감독은 통산 3차례나 우승을 일궈냈고 KBL 감독상을 5번이나 수상한 프로농구 최고 명장이다.

금액 규모는 강 전 감독 때보다 몇 배나 많다. 사채업자까지 중간에 개입됐다. 심각성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강 전 감독 사건 이후 KBL은 재발 방지를 위해 온갖 대책을 마련했다. 10개 구단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여 팬들에게 공개 사과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그 자리에 당시 케이티 지휘봉을 잡았던 전 감독도 함께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프로농구 스스로 자신이 내걸었던 약속을 어긴 셈이 됐다.

전 감독은 과거 농구팬들 사이에서 ‘전토토’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일찌감치 주전들을 빼고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예상치 못한 큰 점수차를 만든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전 감독은 그러한 별명에 대해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모 인터뷰에서 “왜 나를 ‘전토토’라고 부르는지 궁금하다. 그런 글을 쓴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토토’는 별명이 아닌 사실이 되고 말았다.

일부에선 과연 승부조작의 마수가 전 감독에게만 뻗쳤겠느냐라는 의혹의 시각도 있다.

최근 2012년 초 불거진 프로배구 승부조작 세력들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다시 선수들에게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해 말 프로배구연맹(KOVO)는 남녀 구단 전체에 ‘승부조작 관련자들의 접근을 경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프로농구 선수가 불법 도박 관련자의 접촉을 받았다고 자진 신고한 적도 있다.

KBL과 해당 구단은 일단 신중한 반응이다. KBL은 “프로농구가 다시 한 번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농구 팬들에게 깊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바 최종 수사 결과를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지켜볼 예정이며 만일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중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전 감독과 계약을 맺은 KGC 구단 측은 “전창진 감독과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밝힌 뒤 “본인이 시인하면 빠르게 결론이 나겠지만 사실이 아니고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지게 되면 프로농구는 신뢰도에 심각한 상처를 입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자칫 프로농구의 존재 이유에도 물음표가 붙을 수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도 사람이 하는 일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경기를 치르는 당사자들의 뼈를 깎는 도덕적 자성이 절실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녀 골퍼' 이세희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