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10승 놓쳤지만 최고타자 트라웃 완벽 제압

LA 다저스 류현진이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회말 상대 강타자 마이클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비록 불펜진 난조로 승리는 놓쳤지만 류현진(32·LA 다저스)은 여전히 ‘괴물’이었다.

류현진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와 6이닝 동안 7피안타 6탈삼진 1사사구(몸에 맞는 공) 1실점으로 호투했다..

3-1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교체돼 시즌 10승 및 빅리그 통산 50승 달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7회말부터 마운드에 오른 구원진이 류현진의 승리를 날렸다. 다저스는 3-5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류현진의 투구는 빛났다. 특히 이날 투구의 백미는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 마이크 트라웃(28)과의 승부였다. 트라웃은 2011년 데뷔 후 올시즌까지 통산 타율 3할6리에 257홈런을 때린 강타자다. 아메리칸리그 MVP를 두 차례나 수상하고 MVP 투표 2위는 네 차례나 기록했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 주루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신이 빚은 야구선수’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다. 올시즌을 앞두고 소속팀 에인절스와 미국 프로스포츠 역대 최대규모인 12년간 총액 4억2817만 달러(약 5056억원)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천하의 트라웃도 류현진 앞에서 꼼짝 못했다. 마치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첫 대결인 1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익수 직선타로 트라웃을 잡아낸 류현진은 3회말과 5회말 승부에선 잇따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트라웃의 방망이를 헛돌게 한 비장의 무기는 커터였다. 몸쪽과 바깥쪽으로 완벽하게 코너워크가 된 커터에 트라웃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5회말은 2사 1, 3루 위기였기에 트라웃을 삼진 처리하는 장면이 더욱 극적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트라웃을 상대로 7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던 류현진은 이날 3타수 무안타를 더해 상대 전적은 10타수 무안타가 됐다.

공교롭게도 트라웃은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1-3으로 뒤진 7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다저스 구원투수 딜런 플로로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트라웃의 위대함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류현진이 얼마나 대단한 투구를 펼쳤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트라웃에게 최대한 커터를 안 보여준 다음에 마지막에 커터를 효율적으로 던져 성공할 수 있었다”며 “직구와 안쪽으로만 승부하다가 마지막에 안보여준 커터를 던졌는데 제구가 잘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트라웃에게 유독 강한 이유에 대해선 특유의 시크함으로 자세한 대답을 대신했다. 류현진은 “그동안 몇 개 실투가 있었는데 트라웃이 놓친 것도 있다”며 “최대한 안 맞으려 했는데 언젠가는 맞지 않겠나”고 담담하게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호투로 시즌 평균자책점은 1.36으로 유지했다. 여전히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시즌 9승으로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선두를 유지했다. 득점권 피안타율은 더욱 낮췄다. 이날 경기 전까지 득점권 피안타율이 0.043이었는데 이 수치를 0.037(54타수 2안타)로 끌어내렸다. 삼진을 6개 잡고 볼넷은 1개도 내주지 않았다. 시즌 삼진/볼넷 비율은 14.20에서 15.40으로 더 올라갔다.

옥에 티는 3-0으로 리드한 2회말 콜 칼훈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이었다. 류현진이 홈런을 맞은 건 지난 4월 27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 이후 8경기, 45일 만이었다. 올 시즌 7번째 피홈런인 이 홈런으로 5월 26일 피츠버그전 3회부터 이어진 19이닝 연속 무실점도 막을 내렸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17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가 될 전망이다. 류현진은 컵스를 상대로 통산 3차례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했다. 올 시즌은 컵스와 상대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