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5%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SF 우승, '신화'되다

  • 등록 2014-10-30 오후 3:56:03

    수정 2014-10-31 오후 1:44:10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전년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정규시즌 76승86패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3위를 마크했다.

2012년 94승(68패)을 거두고 월드시리즈(WS)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4전전승 스윕(싹쓸이 승)으로 돌려세우던 팀의 한순간 몰락이 상당한 충격파를 몰고 왔다.

그 여파 탓인지 2014년 전망은 썩 밝지 못했다. 1년만의 재반등에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고 더구나 그들 앞에는 페이롤(총연봉)로 2500억원을 쏟아 붓는 걸 주저하지 않는 ‘영원한 라이벌’ LA 다저스가 버티고 있었다.

따라서 꼭 1년 전 발표된 자이언츠의 우승확률을 보면 ‘20:1’로 단 5%밖에 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5%가 현실이 될 줄 아무도 믿지 않았을 뿐이다.

40년 만에 ‘7차전 홈 불패신화’ 깨뜨리다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사스시티의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2014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 승부에서 샌프란시스코가 캔사스시티 로열스를 3-2로 누르고 지난 5년간 3번째 패권을 거머쥐었다.

스포츠통계전문업체인 ‘일리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빌 마제로스키의 끝내기홈런이 터졌던 1960년 WS 이후 21번의 7차전 승부가 있었고 이중 18번이 3점차 이하로 승부가 갈렸다.

올 WS는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최근 6번 가운데 4번째이자 총 9번의 1점차 승부 중 한 경기로 장식됐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매디슨 범가너가 포수 버스터 포지와 감격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자이언츠는 1975년 ‘펜웨이 파크’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침몰시킨 신시내티 레즈 이후 3승2패로 앞서있다 6차전을 지고 7차전에서 다시 뒤집은 무려 40년만의 원정팀이 됐다.

1982년 이후 WS 6,7차전의 홈팀 승률은 23승3패로 자그마치 9할(0.885)에 가까웠는데 그걸 뚫었다. 덧붙여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가진 팀이 최근 5연속 및 28번 동안 23차례 우승했던 이른바 ‘홈 어드밴티지 불패신화’마저 자이언츠에 의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7차전 최종승부 기준으로는 1979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4승3패로 누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이후 홈팀의 9연승(1985년 로열스 포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11-0 완봉대승) 질주를 멋지게 저지시켰다.

자이언츠는 2006년 83승으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카디널스 이후 최저승(정규시즌 88승74패) 우승구단으로 등록됐고 지구우승 팀 다저스에 가로 막혔음에도 와일드카드(WC) 팀으로는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마이애미 말린스 전신), 2002년 LA 에인절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2011년 카디널스’에 이은 역대 5번째 우승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270이닝’ 범가너의 포이즈, 전설의 코팩스와 어깨

수훈갑은 단연 5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매드범’ 매디슨 범가너(25·자이언츠)였다. 사흘 전 투구수 117개로 완봉역투를 펼쳤던 투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5이닝 2피안타 무실점 무볼넷 4탈삼진’ 등의 완벽투로 숨 막히는 시리즈를 손수 매조지 했다.

그는 참 영리했다. 체력적인 부담을 의식한 듯 많이 못 던진다는 걸 알고 시종 공격적인 투구로 일관했던 게 주효했다. 이날 투구수 68개 가운데 50개 스트라이크였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범가너는 불과 만 25세에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은 역대 최강급의 포스트시즌(PS) 종결자로 공인받았다.

엄청난 ‘포이즈(위기 시 침착함)’에다 지칠 줄 모르는 내구성으로 단숨에 클레이튼 커쇼(26·LA다저스)를 따돌리고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에이스이자 좌완으로 떠올랐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매디슨 범가너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월드시리즈 역대 최저의 통산 평균자책점(ERA) 0.25(올 WS 21이닝 2승무패 1세이브 0.43)는 물론이고 이날로 올 PS에서만 52.2이닝을 던져 2001년 서슬 시퍼렇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커트 쉴링(48)이 세웠던 48.1이닝을 4.1이닝이나 껑충 경신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모두 합친 올 한해 던진 이닝 수가 270이닝을 채웠다는 점은 그의 무시무시한 내구성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월드시리즈 ERA의 경우 25살에 벌써 3번의 우승반지를 낀 그가 앞으로 다시는 WS 무대를 밟지 못한다고 가정할 때 최소 2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이 부문 역대 단독 1위로 영원히 남게 될 전망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한 포이즈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어떤 의미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볼 수 있는 피츠버그와 NL WC 단판승부 완봉승(9이닝 4피안타 10탈삼진 등)과 2승2패의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던 WS 5차전 완봉승(9이닝 4피안타 무실점 무볼넷 8탈삼진 등) 및 이틀 쉬고 던진 이번 7차전 5이닝 세이브까지 자이언츠 선발투수로는 사실상 혼자서 다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범가너는 1969년 세이브 규정이 공식 채택된 이래 WS에서 2승(1완봉승)과 1세이브를 같이 따낸 역대 첫 번째 투수로 등극했다.

또 1965년 전설의 샌디 코팩스(78) 이후 단일 WS에서 최소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ERA 0.50 밑으로 2승을 획득한 최초의 투수로 역사를 아로새겼다.

보치의 ‘명예의 전당’ 예약하는 3번째 우승

당연히 범가너가 PS를 통틀어 최우수선수(MVP)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는 ‘1988년 오렐 허샤이저(56), 1997년 리반 에르난데스(39), 2008년 콜 해멀스(31·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이어 단일 PS에서 리그챔피언십시리즈(LCS)와 월드시리즈 MVP를 동시에 거머쥔 역대 4번째 투수가 됐다.

이런 범가너가 7차전 마운드에 다시 올라오는 걸 지켜보며 네드 요스트(59) 로열스 감독이 “그렇다. 절망적이었다”고 경기 뒤 회상한 부분은 충분히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5%의 확률을 뚫고 프랜차이즈(연고) 통산 8번째 우승(뉴욕 양키스 27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11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9회에 이은 역대 4위)을 거머쥔 자이언츠는 그동안 다저스(WS 20회 진출에 우승 6회 무승부 1회)만큼이나 막상 최고의 무대에서 번번이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불운의 아이콘 중 하나로 인식돼왔다.

이번이 사상 22번째 WS 진출에 8번째 우승이 된다. 1957년 연고를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뒤 최근 5년간에만 3번의 우승을 모두 몰아쳤다는 점은 그래서 이색적이고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명장’ 브루스 보치(59)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뜻이다.

보치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조 토리(74)의 양키스에 이어 처음으로 ‘5년간 3번째 WS 우승’을 이룬 역대 5번째 감독이자 3번의 WS 우승반지를 낀 역대 10번째 감독으로 등록됐다.

앞선 9명은 빠짐없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 입성 보증수표를 획득한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특히 ‘5년간 3번째 WS 우승’은 무엇보다 값지다. 종전 4명 중 3명은 무려 27번이나 패권을 가져간 양키스에서 이 같은 대기록(조 맥카티, 케이시 스텐절, 조 토리 등)을 작성했고 유일하게 아닌 사람이 무려 100년 전인 1910년부터 1913년까지 당시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전신)를 이끌었던 희대의 ‘명장’ 코니 맥이다.

코니 맥 시대 이후 꼭 100년만의 역사적인 금자탑이 완성됐다는 점에서 보치는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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