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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첫 공개된 뒤 평단과 언론에서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칸에서는 장르영화 대가의 작품으로,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봉 감독은 22일 제72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에서 국내외 기자들과 만나 “언제나 저 자신을 장르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스스로를 ‘이상한 감독’으로 소개했다. 봉 감독은 “장르 자체가 갖고 있는 시네마적 흥분을 좋아하니까 거기에 순응하고 싶으면서도 깨뜨리고 파괴하고 싶은 마음이 늘 부딪친다”며 “제가 쓰는 모든 기이하고 변태적 스토리를 사실적으로 격조 있게 표현해준 배우들에게 고맙다”고 눙쳤다.
‘기생충’은 코미디·드라마·서스펜스 등. 여러 장르가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변주하는 무척 낯선, ‘이상한 장르영화’다. 해외 언론은 “‘기생충’은 우리가 더 이상 봉준호의 작품을 기존의 분류 체계에 껴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인디와이어) “장르변주의 신이 가장 뛰어난 형태로 돌아왔다”(버라이어티)고 평했다. ‘기생충’은 그 중에서도 서스펜스가 탁월하다. 봉 감독의 장기다. 그는 “성격적으로 불안함이 많고 강박증도 심한데 영화 작업으로 해소를 하는 편”이라며 “좋게 말해서 서스펜스고, 디테일하다는 것인데 미화된 거다. 저한테는 핸디캡”이라며 ‘봉테일’의 비밀(?)을 들려줬다.
봉 감독은 “‘기생충’은 ‘옥자’ 이전 2013년께 구상한 작품”이라며 “부자와 빈자를 수평적으로 나눴던 ‘설국열차’의 영향을 받은 것도 같다”며 영화의 출발을 밝혔다. 그는 “양극화라는 단어가 딱딱한 표현이기는 한데 이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그런데 이게 한국만의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짚었다. 그는 “공식 상영 이후 해외 게스트들과 만났을 때 ‘이거 완전 우리 얘기야’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며 “영화에 공감했다는 말이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흥미로운 건 인물에 대한 묘사다. 빈자와 부자, 선과 악, 호와 불호로 단순히 나눠서 그리지 않는다. 인물들은 상황에 따라서 착했다가 나빴다가 호감을 주다가 비호감으로 돌아서버린다. 인물들의 양면적 설정이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풍부하게 만든다. 봉 감독은 두 가족을 선인과 악인으로 구분할 수 없는 “회색존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약자들이 정의의 연대를 통해서 강자인 악인과 싸우는 이야기도 훌륭한데 회색존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봉 감독은 전작들부터 끊임없이 사회 시스템에 대해 말한다. ‘설국열차’와 ‘옥자’에 이어 ‘기생충’에서도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 봉 감독은 “자본주의의 문제들, 폐해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누군가 해결해주기를 바라지만 개선은커녕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며 “이 영화는 더 나빠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어느 정도 다뤄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두 가족을 둘러싼 희비극 ‘기생충’은 오는 30일 국내 개봉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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