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에게 거는 기대 ‘30년 전 아버지처럼만’

2015 아시안컵 끝으로 은퇴하는 차두리
아버지 차범근의 모습 재현해주길
  • 등록 2015-01-26 오후 3:05:28

    수정 2015-01-26 오후 3:10:38

△ 차두리(위)와 손흥민. (사진= 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에는 파독 광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극중 덕수(황정민 분)는 가장이라는 짐을 짊어진 채 서독으로 향한다. 광부일을 하기 위해서다. 서독에서 덕수는 한 줄기 희망을 본다. 그는 현지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영자(김윤진 분)를 만나 결국 눈이 맞는다.

1960-1970년대 서독에 광부나 간호사로 갔다가 그곳에서 쭉 살게 된 교민들은 차범근(61)을 보기 위해 주말이면 경기장에 몰려들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과 그 일대, 버스까지 한인들로 가득했다는 전언이다.

1979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차범근은 11시즌 동안 308경기에 출전해 98골을 넣었다. 그는 레버쿠젠에서 뛰던 1985-1986시즌 34경기 17골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유럽축구연맹(UEFA) 우승컵을 들어 올린 차범근은 독일 언론으로부터 ‘차붐’, ‘갈색폭격기’ 등 별칭을 부여받았다.

약 30년 전 서구사회로부터 차별을 받던 독일 교민들은 차범근을 통해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꼈다. 그의 아들 차두리(34·FC 서울)는 2015 아시안컵이 열리는 호주 교민들에게 희망을 전달해주고 있다.

△ 차두리. (사진= KFA 포토)


차두리의 체력은 2002 한·일 월드컵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러나 차두리를 보는 시각은 13년이라는 세월과 함께 달라졌다. 한·일 월드컵에 대표팀 막내로 출전할 당시만 해도 그는 ‘차범근의 키드(kid)’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당시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 교체 출전해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을 날려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지만, 활동량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실력은 없고 체력과 패기만 내세운다는 여론이 일었다. 지능적인 경기를 하기보다는 의욕이 앞서 실수를 저지른다는 일부의 혹평도 차두리는 감내해야 했다.

차범근이 한 시즌 17골을 기록하며 독일 축구 역사상 최고의 용병으로 인정받을 때의 나이가 지금의 차두리 나이와 엇비슷하다. 2002년 대표팀 막내이던 차두리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돼 대표팀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13년 전 차두리를 조롱하던 목소리는 이제 응원의 목소리로 변했다. 차두리는 월드컵 4강 신화(2002년)와 원정 월드컵 첫 16강(2010년)을 일궈낸 주역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성공신화를 쏘아 올린 아버지만큼이나 한국 축구 발전에 공헌했다.

그런 차두리가 한국 축구 역사에 또 한 번의 획을 그으려 한다.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는 이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시간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어쩌면 26일(오늘) 이라크전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일이다.

차두리는 지난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약 60m를 질주한 뒤 수비수를 따돌리고 손흥민에게 볼을 연결, 대표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육상황제’ 우사인 볼트를 연상시키는 차두리의 질주에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환호했다. 30년 전 차범근을 향해 목이 터져라 응원하던 그 시절 독일 교민들, 즉 지금의 아버지 세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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