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악재 딛고 뚝심으로 일군 슈틸리케호 반전드라마

  • 등록 2015-01-27 오후 3:38:46

    수정 2015-01-27 오후 8:10:03

한국 축구대표팀이 온갖 악재와 우려를 딛고 하나된 정신력으로 아시안컵 결승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스토리는 드라마틱할 정도다.

대회전만 해도 대표팀의 상황은 암울했다. 브라질월드컵 실패의 부담감으로 대표팀 분위기는 한없이 무거웠다. 홍명보 감독 퇴임 이후 한국 축구와 전혀 인연이 없는 외국인 감독이 부임했다. 이동국, 김신우 등 대표팀 공격수들은 줄줄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에 포함돼 무게감이 떨어지는 대표팀을 꾸려야 했다.

대회 초반에는 오만전과 쿠웨이트전 졸전으로 인해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이청용(볼턴), 구자철(마인츠)이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이탈한 것은 가장 큰 위기였다. 악재가 한 가지도 아닌 4~5가지가 한꺼번에 몰렸다. 우승은 그저 꿈처럼 보였다.

그런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오히려 그런 악재들을 겪으면서 팀은 더욱 강해졌다. 그런 어려움들이 선수들의 오기를 자극했다. 특히 호주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서 선수들의 불안감은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비난 여론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전세계에 퍼진 20개의 서로 다른 클럽에서 모인 대표 선수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하나가 됐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서로 칭찬하고 격려해주면서 팀워크를 스스로 만들었다. 그 결과는 5경기 무실점 전승, 그리고 27년 만의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뚝심이 결정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단 전원의 주전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23명 선수 가운데 골키퍼 정성룡(수원삼성)을 제외한 22명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모든 감독들은 “우리팀에 주전과 후보의 구분은 없다”고 겉으로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다.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거의 같은 베스트11을 내세웠다. 그전 대표팀 사령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은 달랐다. 조별리그에서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안좋은 선수는 과감히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벤치멤버들이 대거 나섰던 쿠웨이트전의 경우 손발이 맞지 않아 고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밟은 덕분에 주전과 후보 가리지 않고 팀 전체 집중력은 훨씬 높아졌다. 한때는 대표팀에 이청용, 구자철이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남태희(레퀴야), 이근호(엘자이시), 한교원(전북현대) 등이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이 벤치멤버들에게도 언제든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었기 때문이다.

가장 극적인 예가 ‘군데렐라’ 이정협(상주상무)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이정협은 철저히 무명이었다. 소속팀에서도 그는 주전이 아니었다. 그가 대표팀 주전 공격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그를 키웠던 지도자들조차 그랬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름값 대신 그의 장점과 가능성만 주목했다. 그리고 반대를 무릅쓰고 그를 대표팀에 뽑았다. 그것도 대표팀 경험이 풍부한 박주영을 빼고.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눈에서 간절함을 봤다”고 말했다.

선택은 옳았다. 이정협은 이번 아시안컵 5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단숨에 한국 축구의 간판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2골 모두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온 골이었다. ‘골을 넣을 줄 아는 공격수’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대표팀 주변에서 늘 맴돌았던 박주영이라는 이름은 완전히 지워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력이 완벽하지 않아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늪축구’, ‘실학축구’라는 별명이 지금까의 과정을 잘 설명해준다. 난관을 극복한 대표팀은 8강, 4강을 통해 경기력까지 발전하고 있다. 어느 팀을 만나도 무너지지 않을 수준까지 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55년의 한을 풀고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릴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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