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의 축구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았나

홍명보-신태용의 차이는 '변화의 시도'
신태용의 수확 '지는 축구도 아름다울 수 있다'
  • 등록 2014-09-11 오후 3:03:59

    수정 2014-09-11 오후 3:34:48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신(神)은 죽었다”

19세기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 같은 문구로 허무주의를 표현했다. 내포된 스키마를 제외하고도 이 문구는 소멸과 탄생의 중의적 의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불리던 홍명보 전 감독이 자진사퇴했을 때 한국 축구는 절망감과 함께 혼란에 휩싸였다. 영웅이 죽었지만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숨은 보석은 등잔 밑인 K리그에 있었다.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43)를 가리킨다.

△ 신태용 코치가 4일 오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신태용 코치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최근 A매치 2경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비록 2경기였지만 그가 보여준 ‘변화의 시도’는 죽은 한국 축구에 산소호흡기를 붙여다 준 격이 됐다. 전술과 선수기용에서 현상 유지에 급급했던 홍명보 전 감독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신태용 코치의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신태용 코치는 ‘지는 축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신태용 코치는 ‘4-1-2-3’ 포메이션으로 대표팀의 베네수엘라전 3-1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베테랑 이동국의 A매치 부활극도 신태용 코치의 연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K리그 출신 이동국을 적극 활용하고자 한 신태용 코치의 바람대로 이동국은 2골을 터뜨리며 역전승의 선봉에 섰다.

그는 8일 열린 세계랭킹 6위 우루과이전서 ‘기성용 시프트’라는 파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이 전술은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로 활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칠레, 코스타리카,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들은 변형 스리백으로 선전했다. 터무니없는 전술은 아니었다. 기성용은 이미 스완지 시티에서 이 같은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감독으로서 충분히 시도할 만한 카드였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기성용이 세계적인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를 지웠다”는 표현이 거부감 들지 않을 정도로 기성용은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서 박주영, 정성룡의 기용을 고집한 홍명보 전 감독과는 다른 행보였다. 물론 월드컵 본선 경기와 평가전의 무게감은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슈팅 0개’의 유령 스트라이커 박주영과 많은 실점으로 대패의 빌미를 제공한 골키퍼 정성룡을 벨기에전서도 정상 기용하겠다는 홍명보 전 감독의 의지는 전술을 넘어 ‘고집’에 가까웠다.

여론이 홍명보 전 감독에게 질타를 쏟아낸 것은 패배라는 결과보단 좋지 않은 경기내용 때문이다.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0-1 패배를 거둔 신태용 코치는 오히려 극찬을 받고 있다. 상대에 따라 전술을 바꾸고 용병술을 발휘하며 분위기를 쇄신하는 역할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홍명보 전 감독과 신태용 코치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는 감독 본연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 지에서 갈렸다.

이용수 기술위원장과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 신태용 코치를 필두로 한 한국 축구는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한국 축구는 홍명보 전 감독을 패착에 이르게 한 ‘의리 축구’에서 벗어나 ‘실력 축구’가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한 셈이다. 홍명보라는 신(神)이 아쉽게 진 뒤 한국 축구는 새로운 신(神) 체제에서 밝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변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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