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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요 관계자들에게 듣는 말이다. MBC ‘무한도전’의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케이블채널 Mnet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4’ 등 프로그램들을 통해 소개된 음원들이 차트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예능 음원 때문에 가수, 기획사에서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제작한 음원이 빛을 보지 못한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 하소연이 가요계 전부를 대변하는 말은 아니다. 몇년 전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제는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경쟁력 제고의 토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한도전’이 가요제를 연 게 올해로 벌써 5번째다. ‘쇼미더머니’는 시즌4까지 방송했다. MBC ‘나는 가수다’, KBS2 ‘불후의 명곡’, SBS ‘K팝 스타’, Mnet ‘슈퍼스타K’ 등 노래 경연을 소재로 한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더 이상 바뀔 상황이 아니라면 예능 음원이 너무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시간 낭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8월 마지막날인 31일 0시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 실시간 차트 1~9위는 예능 음원의 차지였다.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선보인 6팀의 노래 중 5곡과 ‘쇼미더머니4’의 4곡이 상위권을 모두 장악했다. 지난달 28일 ‘쇼미더머니4’ 결승을 끝으로 최근 예능음원의 주요 생산처였던 두개 프로그램이 모두 마무리됐지만 차트에서 예능 음원의 강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분위기다.
하지만 차트에서 호성적은 대중이 예능 음원을 원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예능 음원 역시 대중성을 목표로 만들어졌다면 호불호를 대중의 판단에 맡기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대중가수가 되는 데는 자격증도 필요없다.
오히려 대중음악을 하면서 대중의 선택에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그 만큼 경쟁력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꼴이다. 음악에 있어서는 프로페셔널을 자부하는 가수, 기획사들이 시청자들을 웃기는 게 직업인 예능인들이 주축이 돼 만든 ‘무도 가요제’의 음원과 경쟁에서는 자신감을 상실한다면 모양새가 우스울 수밖에 없다.
방송을 통한 예능 음원을 탓하지만 많은 가수와 기획사들도 홍보수단을 방송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수들, 소속 기획사들은 지상파와 음악 전문 케이블채널들이 각각 한 주에 1회씩 생방송하는 순위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물밑 경쟁을 한다. 프로그램 한회에 출연할 수 있는 가수의 수는 정해져 있다. 많은 기획사들이 출연에 사활을 걸고 신경전을 벌인다.
현재도 그런 상황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정작 올 상반기 가온차트 디지털 종합차트 1위는 순위프로그램 한 번 출연한 적 없는 나얼의 ‘같은 시간 속의 너’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