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사퇴로 돌아본 ‘명장의 조건 3가지’

  • 등록 2014-07-10 오후 3:13:01

    수정 2014-07-10 오후 4:49:51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45)의 전격 사퇴로 한국 축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감독을 구해 한국 축구를 재편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빛나는 감독은 유감스럽게도 외국인이다. 주인공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67·네덜란드)이다.

홍명보 감독은 ‘스승’ 히딩크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지만, 결코 히딩크가 될 수는 없었다. 홍명보 감독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한국 축구는 그를 반면교사 삼을 ‘명장’이 필요하다.

△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명장의 조건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리더십’이다.

대통령학 전문가 리처드 뉴스태트는 대통령의 가장 큰 덕목으로 ‘설득력’을 꼽았다. 다양한 종류의 리더십이 있지만, 모든 유형을 통(通)하는 덕목은 ‘설득력’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명보 감독에게 없었던 것은 ‘설득력’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그는 의아한 기용으로 비판을 받았다. 최종 엔트리를 구성할 때도 잡음은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감독 개인의 선호와 전술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크게 부진한 박주영과 정성룡을 벨기에전에서도 기용할 뜻을 드러냈다.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과 실력에 가장 민감해야 할 감독이 대중의 눈보다 둔한 안목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이들을 대신해 투입된 김신욱과 김승규는 진가를 발휘하며 존재감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든든한 맏형이다. 그는 월드컵 기간 선수들에게 정신적 버팀목이 됐다. 대회 후 김승규가 홍명보 감독에 절대적인 신임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초보 감독’의 티를 벗지 못했다. 선수들에겐 ‘큰 형님’이었지만, ‘좋은 감독’은 되지 못했다. 전술이 없다는 지적을 늘 들어왔다.

러시아전에서는 압박수비 후 역습을 통해 무승부를 이끌어냈으나 알제리, 벨기에 등 색깔이 다른 아프리카, 유럽 축구에 대한 전술 대응은 없었다. 공간 침투 능력과 한국 수비의 사각지대를 노리는 알제리의 공격 전술에 전반에만 3골을 허용했다.

벨기에전에서는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해 더 큰 비난을 받았다. 팀워크를 고려한 선수교체에 미흡한 면을 노출했으며 공격에도 변화를 주지 못했다. 미국 아이스포츠웹은 ‘한국은 왜 월드컵에서 처참하게 실패했나(Why South Korea failed miserably)’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홍명보 감독의 전술 부재를 언급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4-2-3-1’ 포메이션만 고집하는 것도 전술 부재의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명장은 선수들을 아우르는 포용력과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 흐름을 읽는 안목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히딩크는 카리스마와 포용력, 훌륭한 전술적 지식, 축구 흐름을 읽는 눈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포용력은 있지만, 전술 관련 지식이나 유연함은 부족하다. 그라운드에선 이러한 포용력이 후배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으나 전술에 대한 분석과 지식 없이 명장 반열에 올라서기는 어렵다.

뛰어난 용병술로 네덜란드의 4강을 이끈 루이스 반 할 네덜란드 감독의 인터뷰가 귓가에 맴돈다. 그는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직전 팀 크룰 골키퍼를 교체 투입해 네덜란드를 극적으로 4강에 올려놨다.

팔이 길고 심리전에 능한 크룰은 반 할 감독의 ‘신의 한 수’였다. 반 할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의아한 기용을 고집했던 홍명보 감독과는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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