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주드' 두 번, 터진 한국어" 폴 매카트니, 전설의 기록(종합)

  • 등록 2015-05-03 오후 1:08:43

    수정 2015-05-03 오후 1:08:43

그룹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공연 모습(사진=매카트니 트위터).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나나나, 나나나나~ 헤이 쥬드” 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영국 출신 그룹 비틀즈의 히트곡 ‘헤이주드’(Hey jude)가 잠실벌에 울려 퍼졌다. 4만 5000여 관객이 빗속에서 부른 합창이었다. 관객들은 후렴구 가사인 ‘나(NA)’가 적힌 흰색 종이를 들어 매카트니의 피아노 연주에 화답했다. 뜨거운 열기에 매카트니는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감격스러워했다.

감동은 끝나지 않았다. ‘헤이주드’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간 매카트니를 관객들은 ‘헤이주드’를 다시 부르며 ‘전설’을 불렀다. 다시 무대에 오른 매카트니는 관객들의 ‘헤이주드’ 합창이 계속되자 기타로 ‘헤이주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관객들과 함께 즐기기 위한 즉석 연주였다. “유 캔 스타트 투 메이크 잇 베터.”(You can start to make it better). 매카트니의 기타 연주에 관객들의 합창이 쌓였다. 매카트니 연주, 한국 관객 노래. 한국판 ‘헤이주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룹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 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공연 모습(사진=현대카드).
비틀즈가 남긴 영광의 멜로디가 한국에서 되살아났다. 매카트니는 ‘렛 잇 비’(Let it be)를 비롯해 ‘예스터데이’(Yesterday)도 불렀다. ‘캔트 바이 미 러브’(Can‘t buy me love) ‘오블라디 오블라다’(Obladi Oblada)‘데이트리퍼’(Day triper) ‘롱 앤드 와인딩 로드’(Long and winding road) ‘올투게더 나우’(All together now)도 연주했다. 매카트니는 비틀스의 명곡들을 풍성하게 선물했다. 첫 내한 공연을 기념해 관객들에게 건넨 추억의 선물이다.

명곡은 시간이 지날수록 멜로디를 넘어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는 법. 이날 공연은 ‘매카트니의 자서전’같았다. 그는 비틀즈 멤버를 비롯해 사랑한 연인을 위한 곡도 불러 관객과 자신의 삶을 공유했다. 매카트니는 존 레넌(1940~1980)을 위한 ‘히어 투데이’(Here today)와 조지 해리슨(1943~2001)이 작곡한 ‘섬씽’(Something)을 하늘에 띄웠다. 전 아내인 사진가 린다 매카트니(1941~1998)를 위해 만든 ‘메이비 아임 어메이즈드’(Maybe I’m amazed)와 현재의 아내인 낸시 쉬벨을 위한 ‘마이 밸런타인’(My valentine)도 선보였다. 이 노래들이 공연장에 울려 퍼질 때 무대 스크린에서는 비틀스 멤버들과 옛 사진 등이 나와 곡의 서정을 더했다. 추억에만 기댔던 건 아니다. 매카트는 지난 2013년 낸 솔로 앨범 ‘뉴’수록곡인 ‘세이브 어스’(Save us) ‘뉴’(New) ‘퀴니 아이’(Queenie ey)등을 부르며 새로운 모습도 보여줬다.

‘거목’은 죽지 않았다. 매카트니는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160분 공연 동안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다. 노래와 연주 어느하나 ’녹‘이 슬지 않았다. 무대에서 물 한 번 마시지 않고 37곡을 거뜬히 소화했다. 매카트니의 다양한 연주를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였다. 매카트니는 베이스와 기타, 피아노 연주를 번갈아가며 연주하며 공연을 이끌었다. 공연은 ‘장르의 만찬’이었다. 매카트니가 동요를 연상케하는 ‘오블라디 오블라다’부터 컨트리, 블루스, 하드록 등의 장르를 다양하게 선보여서다. 1970년 비틀즈가 해산되고 난 뒤 그룹 윙스로, 1980년대 이후에는 개인 활동을 이어가며 다양한 음악을 쉼 없이 내놓은 덕분이다. 1962년 ‘러브 미’란 노래로 데뷔해 53년 동안 ‘살아있는 팝음악의 전설’로 거장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룹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 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공연 모습(사진=현대카드).
공연 완성도도 뛰어났다. 기타리스트인 러스티 앤더슨과 키보디스트 폴 위킨스와 드러머 에이브 라보리엘 주니어 등 세션맨들은 탄탄한 연주로 매카트니의 뒤를 받쳤다. 사운드는 풍성했고 힘찼다.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열린 공간이라 사운드를 잡기가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이 핸디캡을 딛고 매카트니는 빈틈없이 사운드를 관객에 전달했다. 매카트니 내한공연 기획 관계자에 따르면 음향 등 무대 장비만 보잉 747 화물기 두 대 분량이 공수됐다. 음악과 영상의 조합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마돈나와 비욘세 등 세계적인 팝스타의 공연을 제작했던 로이 베넷이 이번 무대 연출에도 참여해 완성도를 높인 공이다.

매카트니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 관객들과의 특별한 소통을 주고받아서다. 매카트는 직접 한국어를 쓰며 관객에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서울” “다시 만나요”. 매카트니는 공연 시작과 끝을 한국말로 열고 닫았다. “대박”이란 말도 두 번이나 외치며 한국말로 농담도 했다. 공연 내내 매카트니의 한국어는 쉼 없이 터졌다. 한국을 찾는 외국 가수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만 의례적으로 한국말로 했던 게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매카트니는 무대에 준비해 둔 종이를 곁눈질해가며 ‘청각장애인’같은 어려운 말을 하는 등 한국말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일본의 유명 그룹 안전지대 등의 내한 공연을 기획했던 한 공연관계자는 “여러 해외 뮤지션 내한 공연을 기획했지만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한국말을 준비한 아티스트는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매카트니 내한 공연 기획 관계자는 “매카트니가 공연 전에 따로 한국말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음악을 넘어 현지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거장의 따뜻한 소통의 몸짓이다. 언어가 다른 관객과의 만남을 배려한 매카트니의 손길은 섬세했다. 공연 중앙 무대 양옆 대형 스크린에는 매카트니가 한 말이 실시간으로 한국어 자막으로 떴다. 매카트니 내한 공연 기획 관계자는 “(한국어 자막 서비스는)한국 관객을 생각한 아티스트의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매카트니는 앙코르무대에서 태극기와 영국 국기를 들고 나와 화합을 외치기도 했다.

그룹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 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공연 모습(사진=현대카드).
‘살아있는 팝음악의 전설’의 역사적인 무대에 관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관객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공연장을 떠나지 않고 매카트니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렛잇비‘가 공연장에 울려퍼지자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어둠을 밝혔다. 역경 속 희망을 얘기하는 노래에 관객들이 화답한 희망의 불빛이다.영화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테마곡이었던 ’리브 앤 렛 다이‘(Live and let die)무대에서 하늘 위로 폭죽이 터지자 공연장은 축제의 장이 됐다. 이날 공연장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매카트니의 노래를 즐겼다. 다른 해외 가수의 공연과 달리 외국인 관객 비중이 유독 적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국내 매카트니 팬들이 많이 공연장을 찾았다는 얘기다. 매카트니가 남긴 ‘전설의 무대’는 그렇게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공연을 마친 매카트니는 3일 “환상적인 클라이막스였다”며 “한국팬들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가장 열렬한 환영을 해줬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한국 관객에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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