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회를 모두 마치고 소속팀에 복귀한 류중일 감독은 20일 “내일부터 다시 시즌이 시작이라 마음은 편치 않다”며 웃어보였다. 다시 대회를 곱씹어 보며 류 감독은 얻은 소득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명예회복 성공
류중일 감독은 지난 15일 대표팀 소집 당시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탈락을 두고 한 이야기였다. 첫 국가대표 사령탑에 오른 대회였지만 1라운드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서 발목이 잡히며 예선 탈락했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 등 지난 대회의 화려한 성적과 비교도 돼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삼성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통합 3연패 등 전무후무한 감독의 새역사를 쓰고도 ‘WBC 예선탈락 감독’이라는 꼬리표는 떼지 못했다. 류 감독도 당시 대회가 끝난 후 한동안 “야구 인생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다”고 되뇌였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 금메달은 류 감독에게 더 값지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코치로 참여했을 때 목에 건 금메달에 이어 개인 두 번째 금메달. 이번엔 감독으로 받은 금메달이라 감회는 더욱 남다르다. 자존심 역시 회복했다.
류 감독은 “개인적으로 지도자로서 큰 산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WBC 때 애를 먹었는데 이제 명예회복을 조금 한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상수-차우찬 미래 얻었다
또 하나의 소득. 김상수, 차우찬 등 젊은 주축 선수들의 미래를 얻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번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얻었다. 군대에 대한 고민, 2년간의 공백은 이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류 감독은 김상수 백업에 대한 고민이 제일 많았다. 삼성의 전성기를 쭉 이어가기 위해선 김상수의 대체자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여겼다. 류 감독은 시즌 중 “리빌딩에 있어 김상수 대안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고 말한 바 있다.
김상수는 삼성의 주전 유격수. 수비에 있어 가장 중심이 되는 게 유격수다. 김용국 수비 코치는 “김상수 없이는 삼성 야구가 어렵다”고 평가할 정도로 김상수의 존재감은 크다. 당장 김상수가 자리를 비우기라도 한다면 그 자리를 메워 줄 선수가 현재로선 외국인선수 나바로 밖에 없는 상황. 류 감독은 김상수의 대체자로 신인급 선수들까지 레이더망에 두고 있었다.
어쨌든 이번 김상수의 군면제로 류 감독의 고민은 어느 정도 던 셈이 됐다. 이제 김상수 백업 숙제는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또한 좌완 필승조를 책임지고 있는 차우찬도 전력에서 이탈할 일이 없어졌다. 차우찬은 삼성에서 선발,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만능카드. 삼성의 마운드 운용도 한결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차우찬이 위기에서 버텨주면 박근홍, 백정현 등 좌완 유망주들도 보다 편안한 상황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상수 백업 프로젝트는 포기한 건 아니다. 부상 등을 대비해야한다. 어쨌든 시간적인 여유는 생긴 셈이 됐다. 강력한 좌완 투수가 없다면 팀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차우찬이 군문제를 해결한 것도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안지만 신뢰 확인
류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셋업맨 안지만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안지만은 결승전서 7회 무사 1,3루 위기를 막는 역투로 금메달의 일등 공신이 됐다. 경기 직후 류 감독은 “안지만이 큰 게임을 잡아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지만은 리그에서 홀드 2위(35홀드)에 올라있는 선수. 삼성에서도 셋업맨으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평균자책점 3.83이 말해주듯 그리 완벽한 셋업맨의 모습은 아니었다. 불펜 투수는 2점대 평균 자책점만 돼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류 감독은 “안지만이 정말 큰 활약을 해줬다. 이번 대회로 자신감이 더 붙지 않았겠나 싶다. 더 잘 던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