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범가너 1회 필패론에 말렸다' KC에 던져진 숙제

  • 등록 2014-10-22 오후 3:55:26

    수정 2014-10-27 오후 1:32:54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캔사스시티 로열스(89승73패)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88승74패)의 사상 첫 ‘정규시즌 90승 이하’ 팀들 간 월드시리즈(WS)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운명의 1차전이 싱겁게 끝났다.

올 포스트시즌(PS) 들어 단판승부의 와일드카드(WC)를 포함해 8전전승을 구가하던 홈팀 캔사스시티가 샌프란시스코에 1-7로 맥없이 덜미를 잡혔다.

경기 뒤 네드 요스트 로열스 감독은 “자이언츠를 스윕(싹쓸이 승)할 거라고 기대하며 여기 오지 않았다”고 애써 담담했지만 불과 한 경기 만에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잃은 건 꽤나 아픈 타격이다.

운명의 1차전과 ‘범가너 1회 필패론’

이날 승리로 자이언츠는 지난 21년을 통틀어 ‘디비전시리즈(DS)와 챔피언십시리즈(LCS), WS’까지 1차전을 모두 승리한 13번째 구단으로 등록됐다. 앞선 12번의 사례 중 8번이 우승의 열매를 맺었고 가장 최근의 경우는 2010년의 자이언츠여서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WS 1차전 승리 팀이 최근 4년 연속 패권을 차지하고 있고 그 역사를 지난 11년으로 넓혀 봐도 11번 중 10번이 우승이었다. 꼭 한 번의 예외는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패한 뉴욕 양키스 뿐이다.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1차전이었지만 승부는 사실상 단 1이닝 만에 판가름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들이 승리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범가너의 ‘1회 징크스’와 자이언츠의 ‘5점 필승공식’ 등 크게 2가지 이유에서 로열스는 이미 패배를 직감했다.

로열스가 홈구장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1차전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1회에 범가너를 공략했어야 했다.

범가너는 올 정규시즌 1회 평균자책점(ERA)이 거의 6점(5.73)에 가까울 정도로 지난해 류현진(27·LA다저스)보다 훨씬 더한 ‘슬로우 스타터’의 이미지를 새겼다.

1회 피안타율 역시 0.320에 달하고 시즌 총 21개의 피홈런 가운데 8개를 1회에 통타당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1회만 넘어가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1회를 제외한 나머지 이닝의 총 ERA는 절반 이상이 뚝 떨어진 2.49로 낮아지고 피안타율도 1할 가까이 곤두박질 쳐 0.224에 머물고 있다.

‘다저스 전설’도 넘본 WS 무실점 행진

로열스가 이점을 몰랐을 리 없었으나 선제 3점을 뺏기고 맞은 1회말 ‘알시데스 에스코바르(28·로열스) 유격수 땅볼, 아오키 노리치카(32·로열스), 투수 직선타, 로렌소 케인(28·로열스) 몸맞는공(HBP)에 이은 에릭 호스머(25·로열스)의 중견수 직선타’로 득점하지 못했다.

비교적 잘 맞은 2개의 타구가 수비수에게 걸리며 통계상 로열스는 이때 어느 정도 패배를 예감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는 1회초 시작하자마자 3점이나 낸 자이언츠의 공격력이 완승의 밑거름이 됐다. 자이언츠 팬들에게 널리 통하는 이른바 ‘5점 공식’인데 정규시즌과 PS를 모두 합쳐 범가너는 선발투수로 5점 이상 득점지원을 받을 시 경이적인 31승1패를 마크하고 있다.

팀으로서도 범가너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5점 이상 뽑았을 때 35승4패를 질주했다. 1회 3점을 내고 4회 2점을 더 추가한 경기흐름상 자이언츠의 승률은 거의 질 수 없는 약 9할7푼(0.968)에 가까웠던 게 된다.

이날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 1볼넷 5탈삼진’ 등의 호투로 승리를 챙긴 범가너는 이로써 PS 통산 ‘6승3패 ERA 2.54’ 등이 됐고 WS 기준으로는 ‘3승무패 0.41’로 성적을 향상시켰다.

반면 로열스의 선발로 나선 베테랑 제임스 쉴스(33·로열스)는 PS 커리어가 ‘3승5패 ERA 5.74’로 나빠졌다.

스포츠통계전문업체인 ‘일리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범가너는 WS 21이닝 무실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7회말 살바도르 페레스(24·로열스)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얻어맞으며 ‘LA 다저스 전설’ 샌디 코팩스(78)의 22이닝을 아깝게 넘지 못했다.

이 부문 최고기록은 와이티 포드의 33이닝이고 이어 ‘베이스 루스(29이닝), 크리스티 매튜슨(28이닝), 루 버뎃(24이닝), 조지 언쇼-코팩스(22)’ 등이 포진하고 있다.

영리한 범가너, PS서 커브 재미 ‘짭짤’

범가너는 이런 역사적인 기록행진들이 수긍이 갈 만큼 영리하게 피칭을 잘했다.

패스트볼(빠른공)은 스트라이크 존 높은 쪽을 적절히 공략(이날 패스트볼 61개 중 48개가 스트라이크 존 위쪽 관통)했고 PS 들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커브(17개 중 15개 스트라이크 존 아래쪽 관통)를 효율적으로 섞어 던지며 한창 기세등등하던 로열스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매디슨 범가너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투구기록 분석업체인 ‘인사이드 엣지’에 따르면 범가너는 정규시즌 높은 쪽 패스트볼(빠른공) 피안타율이 0.107로 빼어났다. PS에서 던진 55개의 커브는 단 3피안타에 13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로열스 타선이 유독 커브에 약했던 부분도 한몫했다. 정규시즌에서 커브 상대 OPS(출루율+장타율)가 0.503으로 아메리칸리그(AL) 최저였고 PS 들어서도 0.593에 그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형국이다.

범가너는 이날 승리 소감에 대해 “로열스가 엄청나게 잘해왔던 건 인정한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을 테다”면서도 “그들이 해오고 있는 일들(PS 8전전승)에 신경 쓰기보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기뻐했다.

많게는 2번을 더 범가너와 맞닥뜨리게 될 로열스로서는 1회 그를 어떻게 넘어뜨릴지가 남은 시리즈의 향방을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다. 더불어 커브에 약한 점을 극복해야 할 숙제도 떠안았다.

류현진이 응원한다는 캔사스시티가 범가너에게 당한 충격을 얼마만큼 빨리 털어낼 수 있을지 아직은 경기가 최대 6번이나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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