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수비 쉬프트'가 추신수에게 미치는 악영향과 미래

  • 등록 2014-07-31 오후 4:12:23

    수정 2014-07-31 오후 5:22:42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지난 1973년 아메리칸리그(AL)에 지명타자(DH) 제도가 최초 도입된 이래 이렇게 투수가 득세했던 적이 없었다고 미국 현지 주요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거세다.

최근 논란의 중심은 수비 쉬프트에 맞춰져 있다. 수비 쉬프트는 특정선수의 타구방향을 미리 분석·예측, 타구가 주로 가는 방향으로 수비수가 이동해 집중 배치되는 수비시스템을 일컫는다.

이 수비 쉬프트와 연관이 깊은 출루율이 1973년 이후 역대 최저치로 떨어져 있다. 수비 쉬프트가 불러온 영향이 오늘날 야구경기를 바꿔놓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인식을 같이 했다.

화두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명칼럼니스트인 톰 버두치가 던졌다. 현 시점에서 메이저리그에도 북미프로농구(NBA)처럼 ‘일리걸 디펜스(부정 수비)’제의 도입을 논의해볼 때가 됐다는 주장이다.

뒤이어 ‘CBS 스포츠’와 최대 일간지 ‘USA투데이’ 등에서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라고 불을 지폈다.

수비 쉬프트가 바꿔놓은 야구경기의 그늘

실제 수비 쉬프트는 많은 걸 바꿔놓고 있다. 공을 때리고 1루 베이스로 뛰어가는 데 한두 발짝 이점이 있어 우타자보다 타율이 조금 더 높을 수밖에 없다던 이른바 ‘좌타자 어드밴티지’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1루수가 베이스 근처에 머물러야 돼 쉬프트 활용 횟수가 현저히 적은 우타자에 비해 좌타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갈수록 커진다.

타자는 기본적으로 잡아 당겨 치는 타격을 하게 돼 있다.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도 밀어치기는 한계가 있고 밀어치기와 지속적인 한방능력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측면이 있어 좌타자들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 되고 있다.

수비 쉬프트를 고도의 작전 중 하나로 여기고 그냥 놔두다가는 향후 2-3년 내 3할을 치는 좌타자는 씨가 마를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우려까지 나온다.

추신수가 방망이를 내려 잡고 마운드 쪽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반토막’이라고 할 만큼 올 시즌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가 생애 최악의 성적표(103경기 타율 0.240 89안타 9홈런 34타점 49득점 3도루 OPS 0.712 등)를 손에 들 것으로 보이는 밑바탕에도 무차별적인 수비 쉬프트의 확대현상이 짙게 깔려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메이저리그 인포메이션 솔루션스’에 따르면 올 시즌 구단들의 수비 쉬프트 적용이 지난해 8134회를 두 배 이상 훌쩍 추월할 페이스로 치닫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 비율이 전체의 10%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해 아예 고착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흐름이다.

이 추세라면 가까운 미래에는 누구든 좌타석에 들어서기만 하면 내야수 3명이 우측으로 쏠려 고정되는 현상이 당연한 그림처럼 될 것으로 보인다.

그 효과가 만점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수비 쉬프트를 걸지 않았을 시 평균 타율이 0.265인데 반해 쉬프트가 걸리면 0.230으로 뚝 떨어진다. 대부분 좌타자들에게 수비 쉬프트를 써 그들의 타율을 3푼5리나 깎아먹은 셈이다.

지난 몇 년간의 성적을 토대로 추려낸 현존 최고 좌타자 상위 21명의 합계 타율은 지난해보다 2푼3리가 곤두박질친 0.261에 머물고 있다. 예를 들어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추신수의 시즌 타율이 0.240이라면 실질적으로는 0.263은 됐어야 정상이라는 뜻이다.

수비 쉬프트가 먹혀들자 그 적용대상과 횟수가 전방위적·무차별적으로 늘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추신수 역시 마찬가지다. ‘USA투데이’에서 제시한 기록 대비 수비 쉬프트에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좌타자 ‘5걸’ 안에는 추신수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통산 타율 0,284 및 ‘인플레이타구 안타비율(BABIP)’ 0.350의 추신수는 올 시즌 각각 ‘0.240-0.310’으로 기록이 추락했다.

이외 다비드 오르티스(38·보스턴 레드삭스, 미국식 데이빗 오티스)는 ‘통산 0.285-0.302(타율-BABIP)에서 0.251-0.241’, 크리스 데이비스(28·볼티모어 오리올스) ‘통산 0.257-0.330에서 0.199-0.256’, 제이 브루스(27·신시내티 레즈) ‘통산 0.253-0.298에서 0.218-0.279’, 브라이언 맥캔(30·뉴욕 양키스) ‘통산 0.274-0.290에서 0.243-0.258’ 등이다. 수비 쉬프트의 덫에 걸린 좌타자의 몰락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스프레이 히터’ 추신수가 당하게 된 비밀

밀어치기에 능해 좌중우를 가리지 않는 스프레이 히터로 잘 알려져 있는 추신수에게 수비 쉬프트의 적용 빈도수가 점차 증가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깔려있다.

추신수의 타구방향을 뜯어보면 그 숨은 비밀을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다.

2014시즌 추신수의 타구방향은 ‘좌측(좌익수+유격수+3루수) 31.70%, 가운데 쪽(중견수+투수+포수) 24.15%, 우측(우익수+2루수+1루수) 44.15%’ 등으로 굉장히 고른 편이다.

이 정도면 수비 쉬프트를 적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게다가 번트 능력이 있고 발도 빠른 추신수여서 극단적인 수비 쉬프트가 걸렸을 시 아무리 투수가 몸쪽만 줄기차게 공략하더라도 텅 빈 3루 쪽으로 번트만 잘 대면 거의 무조건 살아나갈 수 있다.

그런데도 추신수는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수비 쉬프트의 주요 피해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유는 추신수의 땅볼에 숨어있다. 추신수는 올해 땅볼 타구 비율이 52.45%(작년 50.79%)에 달할 정도로 전통적으로 땅볼 비중이 높은 축에 속하는 타자다.

타구 2개 중 1개꼴로 땅볼이 나온다는 것으로 타구가 뜨지 않고 땅볼이 됐을 때 타구방향은 거의 7-80% 수준으로 2루수 쪽 방향에 쏠려있는 특징을 띠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추신수의 타구 방향을 나타낸 각종 스프레이 차트에는 2루수 부근이 아예 ‘핫존’으로 빨갛게 표시가 돼 있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50%의 확률로 땅볼이라면 수비 쉬프트를 써볼 만하다. 땅볼 타구면 십중팔구 아웃을 잡고 뜬공이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도박수를 걸게 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로케이션(제구)이 받쳐주는 투수라면 지속적으로 추신수의 몸쪽을 공략해 잡아당긴 땅볼 타구를 다수 유도해낼 수 있다.

2014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로 돌아선 수비 쉬프트 확대 현상에 어떤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자유계약선수(FA)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계약을 맺은 추신수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질지 모른다.

수비 쉬프트는 내야타구를 처리할 확률을 높이는 한편 상대타자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좌타자를 죽일 뿐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심각해지고 있는 ‘타고투저’ 현상에 기름을 붓고 있어 미국의 주요 칼럼니스트들이 어떤 의미에서 얼토당토 않는 ‘부정 수비제’의 도입까지 강력하게 건의하고 나서게 됐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경기당 평균득점(4.17점)은 1992년(4.12점) 이후 최저였고 종합타율(0.253)은 1972년(0.244) 이후 가장 낮았다. 팀 평균홈런 역시 경기당 0.96개에 머물렀다.

반면 삼진아웃은 역대 가장 많은 3만6710개(경기당 7.55개)나 나왔다. 그 결과 3할 타자는 24명에 불과했고 30홈런 이상 14명에 100타점 이상은 15명밖에 없었다.

아직 두 달이 남았지만 올해(경기당 4.11점, 종합타율 0.252)도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이다.

수비 쉬프트가 최근 실종된 공격야구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겠지만 치고받는 화끈한 야구를 보고 싶어 하는 팬심과 추신수 같은 좌타자들의 몰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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