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人]유현주는 그저 섹시할까... 스물셋 홀로서기와 내면 스토리

2년 전 '나만의 삶과 골프' 찾기 위해 부모 의존 벗어나..."남보다 늦어도 꾸준히 천천히 갈 것, 언젠가 필드에서 내 꿈 이뤄질 거라 믿어"  
  • 등록 2017-07-19 오후 2:30:02

    수정 2017-07-19 오후 5:15:04

유현주는 성적에 관계없이 매 대회 사진기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정작 그에 대해 알려진 건 별로 없다. 그는 "외모가 아닌 기량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진=박태성 기자 

[이데일리 골프in 김세영 기자]성적에 관계없이 매 대회 주목 받는 이가 있다. 유현주(23·골든블루)다. 그의 이름 앞에는 ‘섹시 퀸’ ‘팔등신 미녀’ ‘골프 여신’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사진기자들은 신장 172cm에 탄탄한 몸매를 가진 그의 모습을 매 라운드 렌즈에 담는다. 그런데 정작 유명세와 달리 유현주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다. 그래서 만나봤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경남 사천 서경타니 골프장에서의 만남과 18일 전화통화를 통해 이뤄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외모에만 신경을 쓸 것 같다’는 선입견과 달리 내면의 세계가 꽉 차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부모의 의존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고, 비록 남들보다 느릴지언정 천천히 꾸준히 걷겠다는 자세였다.

- 사실 당신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만나고 싶었다. 골프는 언제 입문했나.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4년 11월 9일에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골프에만 매달린 건 중학교 3학년 때부터다.”

선수 인터뷰를 하면서 골프 입문 날짜까지 기억하는 경우는 유현주가 처음이었다. 그는 “이게 나의 길이라고 정하고 시작했다. 그래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미술과 체육에 소질이 있었다는 유현주는 “개인 스포츠 종목을 하고 싶었던 차에 아버지가 골프를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골프를 하게 됐다”고 했다. 11월 9일은 그가 연습장에 등록하고 프로에게 처음 레슨을 받은 날이다.

- 어린 시절 운동에 소질이 있었나.

“신체적인 능력은 있었다고 본다. 달리기든 뭐든 운동만큼은 항상 1등을 했다. 체력장을 봐도 가볍게 1등급 받았다.”

- 미술은 어떻게 시작한 건가.

“유치원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전국 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 기쁨에 한창 미술에 빠지기도 했다.”

- 지금도 가끔 그림은 그리나.

“마음이 차분해지고 싶을 때 가끔 스케치한다. 주로 연필로 인물 그리는 걸 좋아한다. 아름다운 사람을 그리는 걸 즐긴다. 풍경은 수채화를 주로 그린다.”

- 작년부터 사진기자들의 ‘타깃’이 됐다. 본인도 예쁘다고 생각하나.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글쎄... 아무래도 여자다 보니까 거울도 자주 보고 예뻐지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미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예전에는 절대적인 미의 기준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기만의 매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각자만의 개성이 더 중요하다. 나만의 특징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 그럼 당신만의 매력은 뭔가.

“일단 틀에 박힌 걸 싫어한다. 어제 친한 언니가 전화하면서 그러더라. ‘한 번 보고 굉장히 여운이 남는다, 잔상이 남는다’고. 첫 인상으로 좋은 각인이 남는다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프로 선수에게 중요한 건 실력이다. 한편으로는 외모도 상품성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어렸을 때부터 폴라 크리머나 미셸 위를 봤을 때 기량이 뛰어나면서도 외모가 뛰어난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걸 봐왔다. 그 선수들은 영향력도 크다. 선수의 기량이 중요하지만 사이드로 외모도 뒷받침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본다.”

- 몸매는 특별히 가꾸나.

“어렸을 때는 너무 마른 몸이어서 그게 고민이었다. 처음 골프를 할 때는 아빠가 팔굽혀펴기를 매일 시켰다. 처음에는 5회, 10회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300회까지 했다. 물론 다섯 번 정도 나눠서다. 그러면서 근육이 몸에 붙으면서 체중이 느니까 탄탄한 몸이 되지 않았나 싶다.”

- 혹시 ‘외모에만 너무 치중한다’ 등의 악플에 시달린 적은 없나.

“모든 분들이 저를 좋아해 줄 수는 없다.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살고 싶다. 저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저를 응원해 주는 분들에게 집중하면서 보답하고 싶다.”

유현주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한 건 2011년이다. 이듬해 정규 투어를 뛴 그는 2013년 2부 투어로 내려갔다 한동안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다시 정규 투어를 뛰고 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유현주.  사진=박태성 기자 

- 한동안 공백기가 있었는데.

“2013년 2부 투어 뛰다가 이후 안 나갔다. 2~3년 정도 쉬었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골프를 시작하고 프로 데뷔까지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어떻게 해서 내가 투어까지 왔는지, 골프를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등등의 생각을 했다. 쉬는 동안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나의 골프란 어떤 건가 고민했다. 나에게는 중요한 시기였다.”

-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이었나.

“처음에 골프를 선택한 건 내 뜻이었지만 이후에는 부모님이 연습시간이나 방법 등 나에 대한 모든 걸 관리했다. ‘과연 이게 나의 골프가 맞나, 무엇을 위해 이걸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나를 되돌아 볼 때 보고 싶지 않은 나도 있더라. 골프 외에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내가 의존적이라는 것도 발견했다. 그런 걸 알게 되니까 스스로 개척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유현주는 “현재는 부모님과 떨어져 산다”고 했다. “부모님이 외국에 나가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는 “독립했다”고 했다. 한국, 특히 여자 선수에게 부모의 존재는 가히 ‘절대적’이다. 한국만의 ‘골프 대디’ 문화는 선수 기량 향상에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때론 선수와 부모 사이의 갈등 등 부작용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유현주의 입에서 나온 ‘독립’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 독립을 한 이유는.

“투어나 내 골프 생활이 바쁘다 보니 부모님도 항상 저를 챙겨줘야 했다. 부모님이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게 보이더라. 외국에서는 스무 살이면 독립하지 않나. 나도 그런 심정으로 했다. 이제 2년 됐다. 부모님이 조금 보조해 준 것과 내가 그동안 모은 돈을 합쳐 작은 집을 얻었고, 금전적으로도 독립했다.”

- 지금까지 상금으로 번 돈이 별로 없는데.

“(웃음)최대한 아껴 쓰는 게 정답이다. 감사하게 스폰서가 생기면서 계약금 받은 것도 있어 경비 정도는 충당한다. 그래도 알뜰살뜰하게 운영해야 한다. 운전도 직접 한다. 나중에 성적이 좋아지면 로드 매니저부터 구해야겠다. 운전은 너무 힘들다.(웃음)”

- 독립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대 없었나.

“대한민국 정서상 딸을 홀로 쉽게 내보낼 부모는 별로 없다. 하루아침에 한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밥벌이를 할 수 모습을 보여줬고, 내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과거에 투어 그만 둘 때는 그 즉시 레슨을 하면서 스스로 돈도 모으고, 그것 중 일부는 부모님께 드리기도 했다. 경제적 독립과 정신적 독립은 같다. 경제적 독립 없이 내 삶을 스스로 살아간다는 건 모순이다. 스물한 살 되던 해 1월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했다.”

- 독립의 장단점은.

“부모님은 부모님 인생에 집중할 수 있고, 나는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다. 조금 더 주체적이 된다. 과거에는 의존적이었는데 스스로 헤쳐 나가면서 여러 것들을 느끼고 깨닫는 것도 훨씬 빨라졌다. 성숙해 진다는 느낌이다. 단점은 집밥을 못 먹는다는 거다. 엄마가 요리를 잘 하시는데 그걸 못 먹으니 아쉽다.”

- 부모님은 현재 투어 활동 등에 전혀 관여를 안 하시나.

“상의는 있지만 강요는 없다. 물론 응원도 하신다.”

- 이제 자신의 골프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과거에는 완전히 나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20% 찾았다고 생각한다. 필드에서 나의 꿈을 이뤄보고 싶다. 내가 이보다 잘 할 수 없다고 느낄 때까지 하고 싶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이뤄질 거라고 믿는다.”

- 요즘은 선수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 그들에 비해 조금 느린 것 아닌가.

“대한민국의 단점인 것 같다. 외국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오래 투어 뛰는 선수 많다. 한국은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야 되고, 뭐든 ‘빨리빨리’다. 그런 마인드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안시현 언니나 홍진주 언니 등 마미 골퍼들의 우승은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고 본다.”

- 올해 성적을 보면 컷을 통과하지 못한 대회가 훨씬 많다. 본인의 부족한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나.

“작년까지는 뭐가 부족한지 몰랐다. 단순히 공을 똑바로 멀리 보내는 것보다는 코스를 운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해야 쉽게 파를 하고, 어디서 버디를 잡을지 등 전체적으로 코스를 바라보는 능력이 현저하게 낮다는 걸 작년부터 느끼고 있다. 올해도 경험을 하면서 하나씩 내 것을 만들다 보면 성적이 좋아질 거다. 시간은 조금 필요하다.”

유현주가 올 초 그린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유현주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싶을 때 지금도 가끔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사진=유현주 제공 

- 코스는 설계가들이 땅에 그림을 그린 것 아닌가. 그럼 코스매니지먼트에 도움이 되지 않나.

“코스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다 보니 그걸 골프에 적용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웃음)”

- 미술을 한 게 골프에 도움이 되나.

“그림은 인물과 나와의 사색의 시간이다. 그 사색을 골프에 적용해서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 프로 선수로서 기량과 미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을 수 있을 것 같나.

“나는 미모를 내세우려는 게 아니다. 실력을 쌓기 위해 남모르는 사투를 펼치고 있다. 연습이 일상이다. 시합장에 나올 때 준비 시간도 30분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의상도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 나중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내 경험을 살려 심리 상담 등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다. 아직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그런 부분을 체계적으로 배웠으면 한다. 현역을 뛰는 동안에는 모든 분들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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