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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요 대신 노동 개그다. 흥겨운 리듬 대신 유행어 한마디에 한적하던 고구마 밭에 웃음꽃이 피었다. 박미선, 김준호, 정명훈, 김지민 등 유명 개그맨 20여 명이 26일 인천시 강화도 길상면에 있는 발달장애인 직업 시설인 우리마을을 찾았다. 연예인과 기업인의 합동 자원봉사단체 ‘시나브로’ 회원인 이들은 700여 평에 달하는 고구마 밭을 일궜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함께 했다.
일은 서툴지만 의욕이 넘친다. 긴 꼬챙이로 흙을 덮은 까만 비닐에 구멍을 뚫고 모종을 심은 뒤에는 황토로 덮었다. “허투루 하면 안 된다”고 하며 장갑을 낀 엄지손가락으로 흙을 꾹꾹 눌렀다. 줄기가 비닐에 닿으면 다가오는 여름을 나기 어렵다는 조언에 흙을 지렛대 삼아 세웠다. 세 명씩 한 조를 이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니 일이 금세 끝이 났다.
우리마을에서 생활하는 김이영(37) 씨를 비롯해 다섯 명의 장애인이 함께했다. 이들은 서로 ‘친구’라 불렀다. TV에서 보던 개그맨들과 함께 일하니 저절로 흥이 났다. 박미선과 한 조였던 김 씨는 “저, 박미선 남편 알아요”라며 친근감을 보이기도 했다. 박미선은 “우리 남편도 알아요?”라며 웃었다.
가족단위로 봉사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시나브로’ 회원인 김지현 네이버 이사는 “돈으로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흙을 만지고 이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시나브로’라는 모임 명칭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이라는 우리말에서 가져왔다”라며 “누가 굳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좋은 일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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