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프리드먼, '선수→금융가→단장' 사기 캐릭터

  • 등록 2014-10-15 오후 4:08:45

    수정 2015-04-14 오후 1:18:08

[이데일리 정재호 기자] 미국 야구계가 작은 충격에 빠진 하루였다.

돌풍의 캔사스시티 로열스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첫 3경기 3연승(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포스트시즌 7연승)으로 몰아쳐서도 아니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연장 10회 희생번트에 이은 끝내기 송구에러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침몰(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시켜서도 아니다.

15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의 주인공은 단연 류현진(27·LA다저스)이 속한 LA 다저스였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프기꾼’ 앤드루 프리드먼((37) 전 탬파베이 레이스 부사장(단장역)의 LA 다저스 행으로 온종일 시끄러웠다.

트레이드에 관한 한 상대방이 사기를 당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프기꾼(프리드먼+사기꾼)’이라는 별칭답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온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 프리드먼이 마침내 ‘2749억원 거함’ 다저스의 품에 안기게 됐다.

야구선수 출신이 ‘금융전문가’가 된 사연

프리드먼은 1976년 11월생으로 사람들은 원래 금융업에 종사하던 수재였던 줄로만 알고 있는데 사실 그도 대학 때까지 야구를 했던 엄연한 야구선수 출신이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이 고향인 그는 휴스턴의 에피스코팔 고등학교를 다녔고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있는 명문 사립인 튤레인대학교에서 야구 장학생으로 뛰었다.

튤레인대는 1834년 최초 6명의 의사들에 의해 설립된 의과 대학으로 출발했다. 이후 1884년 설립된 루이지애나대학교의 의과 대학으로 부속되면서 튤레인이란 이름으로 개명했고 발전을 거듭한 끝에 현재는 미국 동남부 최고의 대학 중 하나로 성장했다.

편안한 차림을 한 앤드루 프리드먼이 음료수를 들고 필드로 내려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프리드먼이 명문 튤레인을 택한 건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 케니 프리드먼의 대를 이어 2대째 튤레인을 위해 뛴 야구선수가 됐다. 손목과 어깨를 다치기 전까지는 외야수로 활약했던 경력이 있다.

그런 그가 어떻게 금융업에 종사하게 됐는지가 오히려 이채롭다. 튤레인대는 ‘프리먼 비즈니스 스쿨’이라는 학부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여기에는 ‘풀타임 MBA(경영학 석사학위) 과정’ 등이 포함돼 있다.

야구 장학생일 뿐 아니라 학업에도 누구보다 열의가 대단했던 프리드먼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자본·재무 분야 과정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학위를 취득한 그가 졸업 후인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베어 스턴스(2008년 금융위기 당시 몰락한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라는 뉴욕에 기반을 둔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게 된 배경이다.

그 뒤 프리드먼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미드마크 캐피털’이라는 개인 자본 회사의 공동 경영자로 영화 투자 일에도 종사했다.

월스트리트의 유명인사와 운명적인 만남

잘 나가는 금융 및 투자자로 평생을 살 것 같던 그의 이력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2003년이다.

한창 투자 일에 열을 쏟던 2003년 우연찮은 기회에 투자은행 동료였던 매튜 실버먼을 통해 스튜어트 스턴버그(55·현 탬파베이 레이스 구단주)라는 사람을 만나면서다. 실버먼은 다저스로 떠나는 프리드먼의 후임으로 탬파베이 단장 직에 오른다.

당시 스턴버그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유명한 투자가로 탬파베이 구단 매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

사실은 투자 문제로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에서 둘은 만나자마자 전율 같은 대화로 빠져들게 된다.

스턴버그의 뉴욕 집 근처 식당에서 시작된 대화는 몇 시간 동안이나 지속됐는데 스턴버그는 “프리드먼이 내가 거쳐 왔던 과정들을 똑같이 밟아왔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의 열정을 감지했다. 잘 나가던 인생과는 거리가 먼 그의 의지는 엄청난 가치로 내게 다가왔다”고 훗날 프리드먼과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렇게 둘의 각별한 인연이 시작됐다. 상호간 신뢰가 얼마나 두터웠는지 흔한 계약서 하나 없이 둘은 믿음으로 지금까지 일했다. 그 덕(?)에 다저스는 비교적 손쉽게 프리드먼을 얻을 수 있었다.

프리드먼은 2004년부터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야구단 운영 일에 뛰어들었다. 2005년까지는 탬파베이의 ‘야구발전 국장’으로 일했고 2005시즌 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척 라마(58) 단장을 대신해 일약 야구운영 부사장 겸 단장이라는 타이틀을 달며 ‘단장야구’라는 미국 야구계의 일선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의 나이 불과 28세 때의 일로 이 정도면 그의 짧은 인생에 ‘파란만장’이라는 표현을 써도 어색하지 않다.

37살 프리드먼, 검증된 ‘천재단장’으로 우뚝

1998년 확장구단으로 창단된 이후 8년 연속 루징시즌(5할 이하) 팀을 개혁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지만 프리드먼의 타고난 열정과 명석한 두뇌 앞에 못할 일은 없었다.

처음에는 실수와 시행착오가 잦았지만 서서히 경험이 붙었고 그렇게 팀을 새로 지어간 결과 불과 3년째인 2008시즌 탬파베이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이라는 즉각적인 보상을 이룩해냈다.

여세를 몬 탬파베이는 그해 월드시리즈(WS)까지 진출했고 프리드먼은 ‘스포팅뉴스’가 뽑은 ‘올해의 프런트(단장)’에 등극했다.

프리드먼 시대는 반짝이 아닌 2008년 이후 올 시즌(77승85패) 전까지 6년 연속 위닝시즌(5할 이상)으로 빛났고 그중 다섯 시즌이 90승 이상이었다. 만년 꼴찌는 어느덧 죽음의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를 쉽게 뚫는 PS 단골손님(6년간 총 4회)이 돼 있었다.

대학에서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며 자본·재무 분야를 열심히 배운 노력파답게 그는 야구단을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무엇보다 프리드먼하면 ‘프기꾼’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트레이드를 빼놓을 수 없다. ‘제2의 빌리 빈(52)’이라고 꼽힐 만큼 워낙 트레이드를 잘한다. 그 결과 ‘저비용 고효율’을 누구보다 잘 실천했다.

키워낸 스타선수를 싼값에 최대한 오래 써먹고 내다파는데 이때 데려오는 선수(주로 유망주)마다 마치 상대방에 사기를 친 것 같이 소위 ‘빵빵’ 터진다. 스스로가 야구선수 출신이라 선수 보는 안목이 더 탁월한지 모른다.

대표적인 거래로 ‘2006년 7월 오브리 허프(38)를 내주고 벤 조브리스트(33)를 받은 것, 2007년 스프링캠프에서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카를로스 페냐(35)를 영입한 것, 2008년 당시 촉망받던 델몬 영(29)과 미네소타 트윈스의 제이슨 바틀릿(36)+맷 가자(31)를 맞교환해 WS로 가는 발판을 닦은 것, 2009시즌 뒤 재계약이 힘들었던 이와무라 아키노리(35)의 연쇄 트레이드로 라파엘 소리아노(35)를 획득한 것, 2011년 가자를 시카고 컵스에 내주고 크리스 아처(25)+이학주(24)+로빈손 치리노스(30)+샘 펄드(33)+브랜든 가이어(28) 등 5명을 무더기로 받은 것’ 등등으로 셀 수 없이 많다.

특급 에이스 제임스 쉴스(33·캔사스시티 로열스)와 데이비드 프라이스(29·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최근 트레이드도 성공작으로 꼽히지만 일단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가 창출한 이런 순환의 고리는 만년 최하위였던 ‘짠돌이’ 탬파베이를 일약 AL 동부지구의 신흥강호로 발돋움시키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프리드먼이 걸어온 길을 보면 “검증받은 똑똑한 젊은이”라는 스탠 카스텐 다저스 회장의 확신이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사람 일은 알 수 없지만 프리드먼이라는 캐릭터의 인생 이력서를 보면 열정이 넘치는 천재적인 인물로 웬만해서는 실망을 안기는 일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그릇답게 이제는 큰 물에서 놀 프리드먼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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