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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규민은 2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2014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LG 선발 투수로 나서 5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잡아내며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가을 잔치 경험 2년차 만에 거둔 첫 승. 1차전 이후 비로 이틀이나 경기가 뒤로 밀리며 자칫 흔들릴 수 있는 티 분위기를 추스른 제대로 된 승리였다.
5회까진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장기인 체인지업은 물론 슬라이더까지 자유자재로 구사되며 NC 타자들을 봉쇄했다.
1회말, 첫 타자 박민우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종호를 2루수 앞 병살타로 막은 것을 시작으로 4회 다시 박민우의 타석이 돌아올 때 까지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4회 1사 후 연속 안타를 맞으며 1,3루 위기를 맞았지만 테임즈의 직선 타구를 2루수 김용의가 껑충 뛰어올라 잡아낸 뒤 1루 주자 나성범까지 잡아내 실점하지 않았다. 5회 역시 간단한 3자 범퇴로 이닝 종료. 비로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그러나 우규민에게도 고비가 왔다. 6회가 시작된 뒤 첫 타자 손시헌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NC 벤치는 대주자 이상호와 대타 조영훈을 투입하며 우규민을 압박했다. 작전은 성공.
조영훈은 우규민으로부터 우전 안타를 치며 1,2루로 찬스를 불렸다.
하지만 우규민에겐 동료들이 있었다. 믿음직한 불펜 투수들이 있었기에 그의 승리는 지켜질 수 있었다.
위기서 마운드에 오른 신재웅은 박민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아웃 카운트를 만들었다. 이어 이상호의 3루 도루를 포수 최경철이 저격했고, 계속된 2사 1,2루 위기서는 다시 신재웅이 나성범을 3루 플라이로 막으며 이닝을 끝냈다. 우규민에겐 단 1점의 실점도 주어지지 않았다.
위기는 또 있었다. 신재웅이 7회 선두 타자 테임즈에게 홈런을 맞았고, 바뀐 투수 신정락은 2사 1,2루서 이태원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1점차까지 쫓겼다.
하지만 이동현이 계속된 2사 1,3루 위기를 삼진(박민우)으로 넘기며 승리를 지켰다.
8회에도 고비가 왔다. 2사 후 1,2루 위기. 그러나 이동현이 이종욱을 3루 플라이로 솎아내며 승기를 계속 유지했다. 9회엔 상대 실책으로 1점을 더했고 9회말 아웃 카운트 3개는 마무리 봉중근이 지우며 경기 종료.
불과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우규민은 지난해 10월20일 두산과 플레이오프서 6.1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다. 하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은데다 수비 실책이 겹쳤고, 불펜 마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던 탓에 그는 패전 투수가 됐다.
우규민이 조금 흔들린다는 건 당시 LG 벤치도 알고 있었지만 불펜에 대한 믿음이 올 해와는 차이가 컸다. 결국 우규민은 잘 던지고도 패전 투수로 기록에 남았다.
지난해 LG 1군 투수코치였던 차명석 코치는 우규민이 좀 더 긴 이닝을 소화해주길 내심 기대했었다. 5회가 넘어가면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의 남은 이닝을 책임져 줄 불펜 투수들이 훌쩍 늘어났다.
우규민은 시즌 최종전서도 부진했다.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 LG가 패하고 SK가 이기면 다 잡았던 4강 티켓을 넘겨주게 되는 절체절명의 승부였다.
두 번의 패전은 큰 경기에 등판하는 우규민에 대한 신뢰에 물음표를 남겨 놓았다. 그러나 이날의 역투, 여기에 그를 더 빛나게 해 준 불펜 투수들의 활약이 더해지며 ‘빅 게임 피처 우규민’은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