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그리스行 이재영·다영 자매 "배구 포기할 수 없었다"

학창 시절 폭력(학폭) 가해 논란에 휩싸인 배구선수 이재영·다영 자매가 16일 오후 그리스 리그 PAOK 테살로니키 구단에 합류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학교폭력 전력으로 국내 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은 이재영·다영(이상 25) 쌍둥이 자매가 그리스 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이재영·다영 자매는 여자프로배구 PAOK 테살로니키 구단에 합류하기 위해 16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뒤 터키를 경유해 그리스로 도착했다.

이재영·다영 자매는 지난 여름 PAOK 입단에 합의했다. 하지만 국제이적동의서(ITC)와 취업비자 발급 과정이 늦어지면서 뒤늦게 그리스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이재영·다영 자매는 올해 2월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두 선수의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은 곧바로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내린데 이어 6월 30일 2021~22시즌 선수 등록을 포기했다.

소속팀이 없는 상황이 된 이재영·다영 자매는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 국내 선수가 해외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선 해당 선수가 속한 배구협회에서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두 선수의 ITC 발급을 거부했다. 두 선수가 협회에서 규정으로 정한 해외 진출 자격 제한 요건에 속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재영·다영 자매는 국제배구연맹(FIVB)에 이 문제를 제기했고 FIVB는 지난달 29일 직권으로 두 선수의 ITC를 발급했다. 우여곡절 끝에 ITC를 받은 두 선수는 지난 12일 주한그리스대사관에서 취업비자를 발급받으면서 그리스리그 이적을 위한 문서상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이재영·다영 자매는 취재진의 질문세례에 입을 열지 않았다. 이재영만 “죄송합니다”라고 짤막하게 말을 했을 뿐이었다.

이재영·다영 자매는 출국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전날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선 그리스리그에 진출하는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해외 진출이 결정됐지만, 마음이 무겁다”며 “과거 잘못된 행동을 한 책임을 져야 하고, 배구팬들과 학창 시절 폭력 피해자들에게 평생 사죄하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 이재영은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재영은 “직업이 운동선수인데 학폭 사건이 불거진 뒤 9개월을 쉬었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운동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배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배구를 포기할 순 없었다”고 밝혔다. 이다영도 “선수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며 “국내에서 뛸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재영·다영 자매는 학폭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선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저희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됐고 앞으로 많은 교훈이 될 것 같다”면서 “저희의 잘못된 행동에는 당연히 책임을 지고 평생 사죄해야겠지만, 하지 않은 일까지 마치 모두 가해 사실로 알려져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 남편과의 사생활 논란까지 불거진 이다영은 “좋지 못한 얘기가 나와 저에게 실망하셨을 텐데 팬들에게 송구스럽다”며 “여자로서 숨기고 싶은 사생활인데, 유명인으로서 부당하게 협박당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진실은 법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영·다영 자매가 입단하게 될 PAOK 구단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PAOK 구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두 선수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테살로니키에 온다”며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