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캐스터 입' 때문에 퍼펙트 무산? 美징크스 논란

  • 등록 2014-05-28 오후 3:28:04

    수정 2014-05-29 오전 10:39:34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미국을 비롯한 서양인들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며 굉장히 현실주의자들인 사람들로 비춰지지만 의의로 징크스나 저주 같은 초자연적인 미신 시리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인들의 오랜 ‘내셔널 패스트타임(국민의 여흥)’이라는 메이저리그 야구에서도 몇 가지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때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밤비노(베이브 루스 애칭)의 저주’는 물론이고 1908년 이후 월드시리즈(WS) 우승과 담을 쌓은 시카고 컵스에는 지긋지긋한 ‘염소의 저주’가 붙어있다.

징크스 또는 저주’를 즐기는(?) 미국인들

‘추추 트레인’ 추신수(31·텍사스 레인저스)가 속한 텍사스 레인저스는 올해부터 ‘놀런 라이언의 저주’라는 것이 생겨날 조짐이다.

올 시즌 기대 이하의 텍사스 성적과 맞물려 지난겨울 구단주 그룹이 라이언 최고경영자(CEO)를 몰아낸 뒤 이해하기 힘든 괴상한 악재들이 연이어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 애완견과 놀다 무릎을 다쳐 전반기를 마감한 데릭 홀랜드(27)부터 가장 최근에는 2009년 이후 단 한 경기만 결장했던 ‘철인’ 프린스 필더(29)가 그만 목 디스크 수술을 받고 시즌을 조기에 접었다.

정규시즌이 개막하고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은 현재 무려 17명이 부상자명단(DL)을 들락거렸는데 이런 믿지 못할 일들을 놀런 라이언의 저주 탓으로 돌린다.

류현진이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지난 27일(한국시간) 류현진(27·LA다저스)이 133년 전통의 구단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뻔했다. 첫 7이닝을 21개의 최소 아웃카운트로 틀어막으며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역대 24번째 퍼펙트게임 가능성을 한껏 고조시켰다.

8회초 선두타자 토드 프레이저(27·신시내티 레즈)에게 좌측의 2루타를 맞고 대기록이 깨지기 전까지 구장을 가득 메운 4만5505명의 구름관중은 숨죽이며 그의 퍼펙트 행진을 지켜봤다.

하루 뒤 이런 류현진에게도 징크스 내지는 저주 논란이 따라붙어 흥미롭다.

미국 ‘타임워너’의 자회사로 유명인 관련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TMZ.com’은 “류현진의 퍼펙트게임이 깨진 걸 두고 찰스 스타이너(64) LA 다저스 아나운서를 비난하지 말라”고 28일 전했다.

지역 팬들 사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이른바 ‘아나운서 설레발’ 징크스에 대한 반응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스타이너는 다저스 전문 캐스터로 전설적인 투수 오렐 허샤이저(56) 해설자와 호흡을 맞춰 27일 류현진 경기를 현지 생중계했다.

쿠팩스와 류현진의 비교가 부정 타는 일?

문제는 지역 팬들의 귀에 거슬릴 정도로 스타이너의 퍼펙트게임 관련 발언이 쏟아졌다는 것으로 결정타는 8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8회초를 맞아 스타이너는 류현진이 다저스 소속으로 유일하게 퍼펙트게임을 던졌던 ‘명예의 전당’ 헌액자 샌디 쿠팩스(79)에게 아웃카운트 6개 차로 다가섰다는 멘트를 날렸고 그 순간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공포로 잔뜩 움츠러들기 시작했다”고 매체는 표현했다.

퍼펙트게임을 계속 말하는 것도 부정 타는 일인데다 아웃카운트 6개에 쿠팩스의 이름까지 등장하는 걸 들으면서 팬들은 이미 좋지 않은 징크스를 예감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공 2개째 만에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에 팬들은 때마침 감기몸살로 빠진 ‘영원한 다저스의 목소리’ 빈 스컬리(86)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과연 스컬리였다면 어떻게 반응하고 경기를 진행해 갔을지 궁금하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스컬리였대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브룩클린 시절 포함) 경기중계 10년차 때인 지난 1960년 스컬리의 중계철학을 담은 ‘LA 타임스’와 인터뷰 내용이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스컬리는 당시 “올해에만 거의 노히트게임에 가까웠던 경기를 2번이나 중계했다”며 “나는 이런 낌새를 청취자들에게 4회부터 지속적으로 알린다”고 말했다.

이어 “내 멘트가 노히트게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게 함으로써 그들이 멍청하고 충분히 미신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청취자들을 모욕하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아나운서의 백 마디 말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류현진의 퍼펙트게임 무산이 아나운서 설레발 탓이라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실망스러운 특정 결과에 뜻밖의 징크스나 저주 같은 걸 덮어씌워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 류현진의 퍼펙트게임 중계 징크스 논란에서 보듯 이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세계 어디를 가든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 보인다.

아나운서는 매회 이어지는 플레이 하나하나를 언급하고 전체 흐름을 짚는 등 자신이 해야 할 본분을 다한 것일 뿐 이제 스타이너를 그만 나무라도 될 것 같다고 매체는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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