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굴기'도 치료 못하는 중국 축구 '공한증'의 역사

  • 등록 2016-08-31 오후 3:57:40

    수정 2016-08-31 오후 3:57:40

1989년에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삼손’ 김주성(왼쪽)이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중국 골키퍼의 거친 플레이에 무릎 부상을 당한 황선홍.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중국 축구 하면 바로 떠오르는 말이 있다. 바로 ‘공한증(恐韓症)’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할때마다 중국이 한국에게 번번이 패하자 중국인들이 한국 축구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공한증’이라는 말은 중국 언론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중국 대표팀이 한국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하니까 자국 대표팀을 자극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중국 언론에서 그 말을 쓰는 것을 꺼린다. 중국인 특유의 자존심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높아진 중국 슈퍼리그의 위상도 한몫 한다.

하지만 역대 전적을 보면 공한증은 엄연히 존재한다. 한국과 중국은 지금까지 총 30차례 공식 A매치를 치렀다. 결과는 17전12무1패. 한국이 절대적 우위다. 한국이 30번 이상 싸우고도 1번 밖에 지지 않은 팀은 중국이 유일하다.

공한증은 ‘레전드’ 차범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차범근은 중국을 상대로 후반 2분 결승골을 성공시켜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서독 분데스리가 진출을 앞두고 있던 차범근에게 그 경기는 처음이자 마지막 중국전이기도 했다.

이후 한국은 32년간 27경기 연속 중국전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 중국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반면 중국은 이상하리만치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승부차기에서도 번번이 패하는 등 승운 마저 따르지 않았다.

역대 한·중전에서 최고 명승부는 2008년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대결이다. 한국은 1-2로 뒤진 후반 30분 박주영의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든데 이어 후반 추가시간에 수비수 곽태휘가 대포알 발리슛을 성공시켜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198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었다. 한국은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삼손’ 김주성의 헤딩 결승골로 1 : 0으로 승리해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해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에서도 한국은 중국을 2-0으로 여유있게 이겼다. 당시 한국은 국내파 위주였고 중국은 정예멤버가 나섰지만 결과는 한국의 완승이었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중국을 상대로 항상 즐거웠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한·중 정기전. 한국의 간판 스트라이커였던 황선홍이 그만 중국 골키퍼와 부딪혀 쓰러졌다. 치명적인 무릎 부상을 당한 황선홍은 결국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그 경기 이후 중국 축구는 거칠다는 이미지가 한국 팬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2010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은 큰 충격이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중국에게 충격적인 0-3 패배를 당했다. 중국에게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징크스가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중국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한국 원정경기에서 ‘공한증’을 뿌리뽑는다는 각오다. 대표팀 선수들을 조기 소집하기 위해 슈퍼리그 일정을 연기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까지 편안하게 도착하도록 전세기도 내줬다. 심지어 6000만 위안(약 100억원)에 이르는 월드컵 본선 진출 보너스와 매 경기 300만 위안(약 5억원)의 승리수당까지 내거는 등 만반 준비를 마쳤다.

현재 중국 대표팀을 이끄는 사령탑은 가오홍보 감독이다. 바로 2010년 동아시안컵 당시 한국에게 뼈아픈 패배를 선물한 주인공이다. 그만큼 공한증을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 선수들은 “더이상 공한증은 없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중국 대표팀의 왼쪽 윙백인 지앙즈펑은 한국에 오기 전 전지훈련지 심양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90년대생 축구 선수들에게 공한증은 이미 과거가 됐다. 비록 우리 실력이 한국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축구팬들은 기개있는 중국팀을 볼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언론들은 “공한증은 중국 축구대표팀의 떨쳐버릴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됐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젊은 선수들이 그같은 역사를 깨주길 간절히 바라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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