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한달 사이 무슨 일이?' 부담감에 발목잡힌 박태환

  • 등록 2014-09-23 오후 9:02:29

    수정 2014-09-23 오후 9:08:57

23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수영 남자 자유형 400 결승전에서 중국의 쑨양이 금메달을 차지한 후 3분48초33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 박태환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이 안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좀처럼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적은 바로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이다.

박태환은 23일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8초33의 기록으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박태환은 이미 모든 것을 이룬 선수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이라는 대기록도 수립했다. 사실 그에게 메달 색깔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민들도 그가 금메달을 못따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역영했다. 그래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의 모습은 박태환의 진짜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기록은 4년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기록 3분41초53에 6초80이나 뒤진 기록이었다. 기록이 후퇴해도 너무 후퇴했다.

더욱 아쉬운 것은 불과 한 달전 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3분43초15의 시즌 랭킹 1위 기록에도 5초 이상 모자란다는 점이다. 팬퍼시픽대회의 기록만 냈어도 금메달은 박태환의 것이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박태환이 이같은 부진에 빠진 것일까.

박태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부담감이다. 박태환의 전담코치 마이클 볼 코치는 이날 오전 자유형 400m 예선이 끝난 뒤 “박태환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많은 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스타로 떠오른 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대회를 경험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두 차례, 세계선수권대회는 세 차례나 경험했다. 10대 후반에 주목받기 시작해 어느덧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라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박태환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국내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다. 모든 국민적 관심이 박태환 한 명에게 쏠렸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박태환을 위한 대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가 출전하는 날이면 항상 구름관중이 몰렸다. 심지어 수영장 이름 조차 ‘박태환수영장’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볼 코치는 “홈에서 이런 국제대회가 열린 적이 없어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지만 힘이 많이 들어간다”라며 “부담감을 내려 놓으라고 말해주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몸에 힘이 들어가니 체력소모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자유형 200m에 이어 400m에서도 후반에 오히려 페이스가 떨어졌다. 막판 스퍼트가 트레이드마크였던 예전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힘들어하는 기색이 어느때보다 컸다.

모든 이들이 ‘부담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동메달도 잘한 결과’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본인은 다르다. 정상을 지키다가 내려와야 하는 심경이 어떤지는 박태환 본인밖에 모른다.

그는 400m 결승전을 마치고 “아쉽다는 마음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힘이 많이 부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터치 패드를 찍은 후엔 잘했다고 해주셨는데 그럴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다.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이제 200m도 그렇고 400m도 아쉬운 모습을 보여드려 마음이 안 좋다”고 털어놓았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본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노력한다고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직 경기는 남았다. 하지만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박태환에게 쓰디쓴 경험이 될 전망이다. 그 쓴맛이 더 높은 도약을 위한 보약이 될지, 아니면 전성기의 마침표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시안게임 이후 박태환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