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패스트볼은 화살 같다" '명조련사' 블랙마저 홀려

  • 등록 2014-09-01 오후 4:05:56

    수정 2014-09-02 오후 3:59:30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14년간 뛰며 121승(116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3.84)을 거둔 좌완투수 버드 블랙(57)은 LA 에인절스 투수코치 시절 소속팀을 5번이나 팀 평균자책점(ERA) 5위권(2위 2차례)으로 이끄는 등 명 투수조련사로 지명도를 쌓았다.

2007시즌에 앞서 새 감독을 물색하고 있던 샌디에고 파드레스는 블랙과 전격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던 게 2001년 이후 첫 투수출신 감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블랙이 부임한 뒤 올해까지 8년간 샌디에고는 한 번도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6년 물러난 브루스 보치(59·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시절(88승74패)이 마지막 가을야구였다.

‘명투수 조련사’ 버드 블랙은 누구?

블랙은 부임 첫해 89승으로 반짝했고 2010시즌에는 애드리언 곤살레스(32·LA다저스)를 빼고 나머지는 한물간 선수들이나 이름 없는 유망주들만 모아놓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수준의 원맨팀이라는 혹평을 딛고 보란 듯이 90승을 마크했지만 아쉽게도 PS를 맛보지 못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한 감독처럼 보이지만 지난 2010년 7월말 샌디에고는 서둘러 3년 연장계약을 맺고 옵션을 걸어 최대 5년(2015년)까지 그를 붙잡아두기로 했을 만큼 신망이 두텁다.

버드 블랙 샌디에고 파드레스 감독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연장계약 당시 제프 무라드 샌디에고 공동구단주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언제나 그렇듯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고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감독의 연장계약 건이 이렇게 쉬웠던 적이 있을까. 버드 블랙은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 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요약해놓았다”고 치하했을 정도다.

2014년 8월은 또 하나의 이정표였다. 감독으로 통산 600승을 거둔 블랙은 파드레스 구단 사상 보치(1995~2006년 951승)에 이어 최다승 2위에 올랐다.

또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선수로 100승과 감독으로 600승 이상을 달성한 단 두 사람 중 하나로 역사를 아로새겼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블랙 외에 이 고지에 오른 사람은 ‘명예의 전당’ 헌액자 클락 그리피스뿐이다.

그리피스는 초창기 시카고 화이트 스타킹스의 선수 겸 감독(1901년부터 겸직)으로 활약했다. 선수(24년)로 237승146패, 감독(20년)으로 1491승1367패 등을 기록했다.

어떤 의미에서 ‘투수(특히 성공한 투수)는 감독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메이저리그의 오랜 속설 내지는 징크스를 약 100년의 시간이 흐른 뒤 블랙이 깨고 있는 것이다.

블랙이 본 류현진은 ‘완전체·완성형 투수’

단순한 감독으로서 통솔력을 넘어 사실상 버려진 채 샌디에고로 간 투수들이 멋지게 부활한다거나 다양한 투수들이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만 봐도 블랙에게는 ‘명조련사’라는 별명이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이런 버드 블랙이 보기에 류현진(27·LA다저스)은 ‘진정한 완전체 투수(truly a complete pitcher)’였다.

류현진은 엉덩이근육부상에서 돌아온 1일(한국시간) 샌디에고와 원정경기에서 투구수 단 84개(스트라이크 57개)로 ‘7이닝 4피안타 1실점 무볼넷 7탈삼진’ 등을 기록하고 시즌 14승(6패 ERA 3.28→3.18)째를 거뒀다.

류현진의 호투 속에 다저스는 7-1로 이기고 3연전 스윕(싹쓸이) 패의 위기를 넘겼다.

경기 뒤 블랙 감독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의 유력 일간지인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를 통해 ‘적 선봉장’ 류현진의 진가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블랙 감독은 “4가지 구종을 섞어 던진다”는 말로 본격적인 류현진 분석에 들어갔다.

그는 “객관적으로 구체화하면 패스트볼(빠른공)은 벨로시티(속도)가 빠른 데다 다트(화살 또는 창 등의 투척무기) 같이 움직였다”며 “90마일 대의 슬라이더는 꺾임이 좋다.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휘어 들어가면서 스트라이크를 관통한다. 거기다 좋은 체인지업까지 좌완투수로 4가지의 뛰어난 스터프(구질)를 스트라이크로 던질 줄 알고 주자를 잘 묶으며 수비까지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즉 하나의 완전한 투수가 류현진이다. 진정한 완전체 투수”라고 결론지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상대팀 감독 블랙의 입에서 이런 언급이 나왔다는 건 무엇보다 값진 훈장이나 다름없다. 그 스스로 121승을 거둔 좌완이었고 수많은 투수를 키우고 재기시킨 산전수전 다 겪은 ‘명조련사’ 블랙 눈에도 류현진의 피칭은 유난히 도드라지다 못해 모든 걸 갖춘 그야말로 실력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괴물투수였던 듯 보인다.

류현진은 호투의 원동력을 편안함으로 꼽았다. 지난 2년간 샌디에고를 상대로 32.1이닝 동안 단 3점만 내주며 4승무패를 질주하고 있는 류현진은 “2주간 빠져있었다는 걸 알지만 단지 며칠 전처럼 느껴져서인지 리듬을 찾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던진 이유다”고 14승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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