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 예견된 실패, '우물 밖 지옥'을 맛본 2가지 이유

  • 등록 2015-11-24 오후 2:49:54

    수정 2015-11-30 오후 1:41:46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는 24일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손아섭(27·롯데 자이언츠)에게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음을 통보받고 이를 롯데 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롯데 구단 측은 “금액으로 고민할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유감의 입장을 나타냈다.

일단 예상치 못했다고는 하지만 크게 2가지 면에서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임은 부인할 수 없다.

냉정하게 따져본 손아섭의 경쟁력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외야수로서 경쟁력에 있었다. 항상 그래왔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은 냉정하다 못해 살벌하다. 어중간한 손아섭도 피해가지는 못했다.

아마야구와 마이너리그·메이저리그를 통틀어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 외야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방망이는 좋은데 수비가 부족한 선수들의 종착지다. 그야말로 굶주린 맹수들이 득실거린다. 이런 저런 연유로 꽃을 피우지 못한 이름 모를 재야의 강자들이 즐비하다.

과거 포스팅 금액 250만달러(약 29억원)에 태평양을 건넌 아오키 노리치카(32)를 보며 일각에서는 200만달러(약 23억원) 상당을 예상하기도 했으나 손아섭은 타격의 정교함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럽고 발도 제법 빠른 아오키와는 달랐다.

파워든 스피드든 수비든 피지컬(신체·운동능력)이든 특출 난 장점이 없는 손아섭으로서는 크게 어필할 요소가 적었던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경쟁력의 측면에서 이해하기 좋은 예는 에릭 테임즈(29·NC다이노스, 미국식 팀스)다. 테임즈는 2015시즌 KBO리그에서 ‘142경기 180안타 타율 0.381 47홈런 140타점 40도루’ 등을 기록하며 ‘타율 1위·득점 1위·타점 2위·홈런 3위·안타 4위·도루 5위’ 등 공격 전 부문을 거의 휩쓸었다.

KBO 사상 첫 40-40클럽(한시즌 홈런-도루 40개 동시달성)을 달성한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이런 테임즈도 미국에 가면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가는 그저 그런 하찮은 선수가 된다.

손아섭은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성공과도 별개로 봐야 했다. 결과적으로 내야수 강정호는 성공했지만 외야수였다면 상황이 또 어땠을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구단 사정은 얼추 비슷하다. 예를 들어 조디 머서(29·파이어리츠)와 경쟁은 앤드루 맥커친(29·파이어리츠)-스타를링 마르테(27·파이어리츠)와의 경쟁과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는 손아섭에 이어 포스팅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황재균(28·롯데)이 훨씬 좋을지 모른다. 기근이라고 할 정도로 매 마른 3루수여서다.

우물 밖 시장상황은 ‘최악’

올겨울 외야수 시장상황이 최악이라는 점도 무시 못 할 악재였다.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외야수들의 수난시대가 예고됐다. 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해마다 요동친다고 볼 때 올해는 지난 2년의 흉년을 단숨에 만회하려는 듯 수요가 넘쳐나는 공급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심지어 외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쿠바용병’ 요에니스 세스페데스(30·뉴욕 메츠)조차 제대로 된 값어치를 인정받을지 미지수라는 견해가 흘러나오고 있다. 세스페데스를 비롯해 제이슨 헤이워드(26·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저스틴 업튼(28·샌디에고 파드레스)이 ‘빅3’다.

잘만 고르면 짭짤한 준척급도 즐비하다. 백전노장 토리 헌터(40)가 은퇴를 선언하고 콜비 래스머스(29·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서둘러 소속팀과 재계약했음에도 아직 시장에는 ‘알렉스 고든(31·캔사스시티 로열스), 알렉시스 리오스(34·로열스), 도모닉 브라운(28·필라델피아 필리스), 헤라르도 파라(28·볼티모어 오리올스), 덱스터 파울러(29·시카고 컵스), 오스틴 잭슨(28·컵스), 데너스 스팬(31·워싱턴 내셔널스), 트래비스 스나이더(27·파이어리츠), 데이빗 머피(34·LA에인절스), 맷 조이스(31·에인절스), 윌 베너블(33·텍사스 레인저스), 크리스 영(32·뉴욕 양키스), 스티브 피어스(32·오리올스), 드루 스텁스(31·레인저스), 라자이 데이비스(35·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데이빗 디헤수스(36·에인절스), 말론 버드(38·자이언츠)’ 등이 무더기로 새 유니폼을 찾는다.

이 명단에는 심지어 아오키도 있다. 연봉 200만달러 선에서 검증된 아오키를 쓸 수 있는데 굳이 손아섭에 따로 포스팅 비용을 지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거물들 역시 손아섭에 영향을 미치는 걸림돌로 봐야 했다. 당장 시장을 강타할 류현진(28·LA다저스)의 팀동료 야시엘 푸이그(25·다저스)를 선두로 안드레 이디어(33·다저스)와 칼 크로포드(34·다저스), 제이 브루스(28·신시내티 레즈), 자시 레딕(28·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애덤 린드(32·밀워키 브루어스), 브렛 가드너(32·뉴욕 양키스),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25·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망라된다.

본인 값어치가 시장상황에 따라 상대성을 띨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 손아섭은 매우 좋지 않은 타이밍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손아섭 뒤로 기라성 같은 베테랑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어느 구단이 선뜻 도박에 응하려 들지 첫 단추부터가 미지수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손아섭은 2년 뒤 완전 FA로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 본인 스스로가 밝혔듯 미국행이 그렇게 꿈이라면 마이너리그부터 눈물 젖은 빵을 먹겠다는 각오는 필수적이다.

▶ 관련기사 ◀
☞ "손아섭 유찰 놀랍지만 박병호급 NO, 황재균은 다저스서 관심" -美NBC
☞ "박병호와 계약합의는 중요한 걸음" -MLB.com
☞ '류현진 새 스승' 日계 로버츠에 대해 알아야 할 4가지
☞ 위기의 고쿠보 "오타니 한계에 육박, 교체해야 했다"
☞ "LG 떠난 박병호, 데이빗 오티스를 닮았다" -MIN
☞ '19승+1.66' 그레인키 넘은 애리에터, 그가 밝힌 비결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대한민국 3대 도둑 등장
  • 미모가 더 빛나
  • 처참한 사고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