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연속 루징시즌(5할 이하)을 끊기 무섭게 과거 명문구단의 위용을 빠르게 되찾았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페이롤(총연봉)은 개막전 기준으로 평균 24위였다. 어떤 의미에서 해마다 들쑥날쑥한 측면이 있는 빌리 빈(53·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오클랜드보다 더 스몰마켓의 장기적인 성공을 가장 잘 실현했다.
‘해적 DNA’ 바꾼 헌팅튼의 마법
돈이 없어 때로는 팬들에게 욕먹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작년 클럽하우스의 리더나 다름없던 러셀 마틴(32·토론토 블루제이스)을 자유계약선수(FA)로 떠나보냈고 올겨울에는 닐 워커(30·파이어리츠)가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건 스타가 떠난 빈자리를 값싼 선수로 훌륭하게 메우는 닐 헌팅튼(46·파이어리츠) 단장의 괄목할 만한 수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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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스타 워커는 벌써 잉여전력 취급을 받는다. 단돈 4년 1100만달러(약 130억원)에 내야수 강정호가 보강됐고 마이너리그에는 준비된 앨런 핸슨(23·파이어리츠)이 버티고 있다.
보험용으로 베테랑 아라미스 라미레스(37·파이어리츠)와 싼값에 재계약을 하겠다면 올스타 조시 해리슨(28·파이어리츠)을 2루에 고정시켜도 무방하다.
강정호가 써내려갈 ‘가을의 전설’
헌팅튼 사단은 어떤 식으로든 ‘저비용 고효율’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밑밥(?)을 잘 깔아놨다. 강정호의 계약사례에서 보듯 주축 선수들을 헐값에 대거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최소 3년에서 길게는 6년을 함께 하게 된다. 선수로서 가장 뜨거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시기와 맞물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단을 인솔하는 프런트진과 코칭스탭의 능력도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이 바로 강정호가 승선한 해적선이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지난 3년 최고승률 2위 구단의 기세는 당분간 지속된다. 그런 면에서 강정호에게는 큰 무대에서 뛸 기회가 어느 한국인 메이저리거에 못지않을 전망이다.
데뷔 첫해 막바지 불의의 무릎부상을 당해 포스트시즌을 놓친 건 못내 아쉽지만 조바심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대비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팀이 없다.
오랫동안 함께 뛸 동료들을 보고 있으면 든든하고 큰 위안을 얻는다. 재활에 충실해 건강을 완벽히 회복하기만 하면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써내려갈 가을의 전설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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