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G, 172일의 행복한 여행을 끝내다

  • 등록 2014-10-31 오후 9:50:02

    수정 2014-10-31 오후 9:50:57

LG 최경철(가운데)이 31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플레이오프 4차전 3회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LG가 결국 졌다. 프로 세계에서 ‘훌륭한 2등’은 그저 허울 좋은 수사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잘 싸웠어도 최종 승자가 되지 못하면 결국 패자일 뿐이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당당하고 꿋꿋하게 오래도록 살아 남는 패자들이 있다. ‘최선’은 프로의 기본이라지만 기본을 지키는 건 당연하기에 어렵다. 정말 최선을 다해 달려 온 패자는 보는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2014시즌의 LG가 그랬다.

LG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플레이오프 4차전서 패하며 1승3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그들의 패배는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LG는 선장이 먼저 떠난 난파선이었다. 1년 전의 영광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암초를 만나 비틀거렸다. 그런 LG가 새 선장을 영입한 것이 지난 5월13일. 딱 172일 전이었다.

양상문 감독에 대한 평가가 처음부터 모두 좋았던 건 아니다.

그는 롯데에서 감독으로 한 차례 실패를 맛봤다. 코치로 나름의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우승까지 이끌만큼 인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과연 그런 새 선장이 바닥부터 큰 구멍이 생긴 LG호를 구할 수 있으리라 장담하기 어려웠다. 양 감독이 팀을 맡았을 때 LG는 10승23패를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은 팀의 재정비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남은 시즌을 5할 승률로 끝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믿기 힘든 목표였다.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LG는 빠르게 변해갔다.

투수 조련사 출신 양상문 감독은 먼저 불펜부터 정비했다. 불펜 투수들의 보직을 새롭게 편성하며 이길 수 있는 흐름을 잡으면 좀처럼 놓치지 않는 강점을 보여줬다. 특히 신재웅은 양상문 감독의 반박자 빠른 기용 속에서 톱클래스 좌완 불펜으로 성장했다.

부진했던 리오단이 양 감독의 원 포인트 레슨을 통해 업그레이드 된 점도 LG에 큰 힘이 됐다.

정확한 진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양 감독이 방송사 해설위원 시절, LG를 2014시즌 유력한 4강 후보로 꼽은 인터뷰 영상이 새삼 화제가 된 바 있다. 스스로 자신이 한 말은 지킨 셈이 됐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이에 대해 “스프링캠프서 본 LG는 분명 힘이 있었다. 다만 11년만에 포스트시즌을 치른 탓에 투수들의 회복이 좀 느린 듯 보였다. 시즌 초반 좀 고전하겠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기본 바탕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중반 이후로는 충분히 치고 나갈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은 옳았다. 선수들에게 “우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강하다”고 가르치며 ‘정비’가 아니라 ‘승리’를 목표로 설정한 것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었다.

LG 한 고참 선수는 올 시즌 초반 부진 이유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지난해 잘 됐던 것만 생각해 조금 안일했던 면이 있었다. 무조건 잘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생각처럼 풀리지 않으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의 고백은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된 LG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올 시즌의 성과는 이제 과거일 뿐이다. 자신감과 경험만 남기고 모두 새로 시작해야 한다. 야구를 하는 건 동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최고가 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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