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판정 문제, 오해 살 일 하지 말자

  • 등록 2015-08-31 오후 3:53:25

    수정 2015-08-31 오후 4:21:30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구단 관계자,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경기 전후에 심판실로 찾아와서 사적인 환담을 나누거나 친목적인 언행을 하였을 때 제재: 경고, 제재금 100만원 이하’

2015시즌 KBO가 발간한 야구 규정집 벌칙 내규 중엔 이런 내용이 하나 있다. 매년 야구 규정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규정 중 하나. 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리그 규정은 심판과 구단, 선수와 관계를 가깝게 유지하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 규제는 사실상 사문화 돼 있다. 한국 실정상 일본이나 미국 리그에 비해 현실화가 어렵다. 심판과 구단 관계자, 선수의 사이가 야구 선후배로 얽혀있어서다. 그 사이엔 오래전부터 계속된 위계질서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KBO리그에선 심판진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논란이 야기된 바 있다. 명승부가 애매한 판정 하나로 허무하게 끝난 경우도 있었다.

모 팀 관계자는 심판 친목과 관련된 규정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A팀은 홈게임이면 경기 전 구단 관계자가 늘 심판실에 있다. 우리 팀에서 공식적으로 인사하러 가면 꼭 자리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젠 인사하러 가기 조차 불편해진다. 그 관계자가 야구를 했던 사람이 아닌 경우엔, 심판과 선.후배 사이도 아니라면 상황은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경기에서 심판 판정까지 상대 팀에 유리하게 나온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심판이 경기 중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코치들도 있다. 대화 내용이야 불문명하지만 경기 내용에 개입해선 안되는 심판들이 굳이 왜 선수들과의 대화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느냐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해외 전지훈련장에서 B구단이 심판진에게 숙식, 편의를 제공한다는 소문도 야구계에선 늘 빼놓지 않고 들려오는 이야기 중 하나다.

물론 구단이, 그리고 구단 관계자들이 순수한 마음에서 하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룰 위반이라는 의식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규정대로만 하면 문제될 건 없다. 인사를 하러 가지 않는다고 해서 심판진 역시 서운해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야구장에선 선후배가 아니라 심판과 선수, 구단 관계자일뿐이다. 심판은 독립성을 유지하면 유지할 수록 좋다.

심판 합의 판정이 도입돼서 요즘 오심 논란은 예전에 비해 많이 가라앉은 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볼 판정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높다. 시즌 후반, 더욱 치열해질 순위싸움. 이럴 때 일수록 심판들과 구단 관계자들의 몸 가짐을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괜한 오해만 쌓인다면 공정한 판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심판들의 노력도, 최선을 다해 승리를 따낸 선수단의 노력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KBL의 움직임은 눈에 띄는 행보다. 올시즌 심판의 독립성을 위해 기존 KBL 사무국 밑에 있는 심판 위원회를 옮겨 사무국과 별도로 이재민 본부장을 축으로 경기본부를 신설했다. 심판의 위상을 강화하고 철저히 교육해 외부 압력에서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또한 심판 트라이아웃을 통해 심판진을 재편하는 등 프로야구에서와 마찬가지로 흘러나오는 판정 불만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 역시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KBL이나 심판진이나 모두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의미있는 일이다.

KBO와 심판진에게 이런 노력까지 바라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심판의 판정과 관련해 괜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할 필요는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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